*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죽음 이후의 남겨진 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나?’ 작년 내내 생각했던 질문이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죽음에 대해 사회에 어떤 메세지를 보내고 싶은지 고민해야 했다. 그 당시 나왔던 내 나름대로의 결론은, 죽은 사람의 삶도 산 사람의 삶도 죽음을 기점으로 하여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든 말이다. 나만의 결론이 깊이 자리잡은 상태였기에, 『알갱이들 』의 출간 소식이 들렸을 때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겼다. 죽음 이후의 사람들의 모습을 말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작품은 고등학생 현비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현비는 자신의 단짝 친구 정미를 잃어버렸다. 정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정미의 언니 유미는 끈질기게도 현비를 찾아왔다. 정미가 죽은 이후 이사간 곳에서 현비는 새 친구 소윤이를 만나는데 소윤이는 라희라는 친구에게 지독하리만치 괴롭힘을 당한다. 현비는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대신 소윤이가 들은 말을 부정해주며 곁을 지킨다. 그러다 라희가 전남친의 집에서 반지를 가져오라는 부탁 아닌 명령(?)에 현비도 어떨결에 소윤이를 따라 전남친 예준의 집에 간다. 그리고 그곳 소파 밑에서 만날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고모부의 혼을 본다. 그리고 고모부를 그 집에서 꺼내기 위해, 또 고모부의 부탁을 들어주고, 유미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현비의 삶이 이곳 저곳으로 요동치기 시작한다.일단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현비를 둘러싼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것이었고, 주변 인물들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작 고등학생인 현비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려달라느니, 참회하라느니, 몸을 보여주면 부탁을 들어주겠다니… 말도 안되는 것들을 보니 정말 한숨이 나왔다. 현비는 그곳에서 마구 흔들린다. 현비를 묘사하는 표현은 다소 차분할지 몰라도 내 눈에 현비는 그렇게 보였다.그래서 고모부와 고모의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유일하게 현비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이들이다. 사춘기 여고생에게 단짝 친구는 영혼의 한 쪽과도 같다. 영혼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한비에게 두 사람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며 위로를 건내기도 하고, 본인이 생각한 삶에 대해서 넌지시 말해주기도 한다. 이들의 의견이 근시일 또는 먼 훗날에 한비의 답답함을 해소해주기를 바랐다.현비는 정미가 죽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정미가 가버린 이유를 알고 싶어하던 유미도 더 이상 현비를 추궁하지 않는다. 옥상에서의 대화는 오히려 현비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품의 끝이 보일 때쯤 답답하고 짜증나기만 했던 유미 언니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죽은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여 남겨진 이들은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의 행동이 바람직하다고는 말을 못하겠으나 공감은 갔다. 그리고 현비 역시도 주변에 휩쓸리면서, 결국에는 나아가야 하는 본인만의 이유를 찾는다. 죽은 사람의 의중을 남겨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는 죽음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을 더욱 어려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죽음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산 사람들이 더더욱 말해야겠다는 것을 확신했던 작품이었다. 작 중 인물들은 바람직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데 오히려 이들의 태도로 하여금 더 바람직한 면을 고민할 수 있었다. 산 사람이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남겨지는 삶을 살게 된다. 이 삶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