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살인 사건 ㅣ 비명과 침묵 4
사카구치 안고 지음, 정혜원 옮김 / 니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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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 숲 아래』를 읽고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자극적이고 괴짜같은 이야기에 정신없이 끌려가다보니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 있었다. 그 이후로 사카구치 안고는 내 안에서 다자이 오사무보다 더 이상한 일본 작가로 정해져 있었다. (알고보니 두 사람이 꽤 친한 사이라던…) 그러다 니케북스에서 ‘비명과 침묵’이라는, 미스터리와 공포 장르의 고전을 다루는 시리즈가 등장했음을 알았다. 애초에 사랑하는 장르였을 뿐더러 사카구치 안고라는 강렬한 기억을 안겨준 작가가 있어 『투수 살인 사건』 서평을 작성하게 되었다.

『투수 살인 사건』에는 총 3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 되어 있다. 표제작인 「투수 살인 사건 」, 온천의 부호가 살해당하며 시작되는 「그림자 없는 범인」, 의심과 두려움으로 시작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하는 「암호」까지 총 3편의 추리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투수 살인 사건 」은 정말 깔끔함 그 자체인 추리 소설이다. 명탐정이 용의자들을 하나씩 심문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용의선상에서 제외되는 이들은 깔끔히 보내준다. 깔끔하고 꼼꼼한 복선과 회수 역시 이 이야기의 매력이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등장인물과 동시대에 사는 것 같이 당시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왜 스카우트가 목숨을 걸고 유망주인 선수들을 빼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지, 교토와 도쿄를 수없이 오가며 일해야 하는 지 납득이 잘되는 편이다. 만약 일본의 지리를 모른다면 서쪽부터 교토 - 나고야 - 도쿄 순으로 지역들이 위치해 있다는 점만 알아두면 좋다.

「그림자 없는 범인」의 경우, 추리 소설이라기보단 만담회에 가깝다고 느꼈다. 책 초반의 ‘일러두기’에 오늘날의 인권 의식에 비추어 볼 때 부적절한 표현이 있으나 집필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였다는 문구가 있는데, 이 이야기 때문에 그 경고가 들어간 것은 아닐까…하고 감히 예측해볼 정도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당당한 성적 어필과 말도 안되는 대화, 야무지게 서로에게 행하는 츳코미까지 그냥 웃겼다. 범인은 예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범행 동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암호」는 전쟁 이후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다. 공습으로 인해 두 눈을 잃은 아내와 갑작스럽게 발견한 친우의 장서 속 한 암호를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한 주인공은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하며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간다. 그 주인공의 내면 묘사는 정말 불안함을 한 번이라도 겪었으면 안타까울 정도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을 제발! 스포 없이 보기를 바란다.

세 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공통적으로 허무함, 날 것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러한 특색 모두 사카구치 안고가 몸담고 있던 괴뢰파적인 특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전쟁 전후가 배경인만큼, 사람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아있고 묘하게 불안정해보인다. 인간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펼쳐지는 이 이야기들은 허무하게도 느껴지고, 한 편으로는 이해도 간다. 클래식한 고전 답게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미스터리와 공포 장르의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추리 소설 장르를 사랑한다면 꼭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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