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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7년의 밤』
스포일러 주의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읽었다. 『7년의 밤』을 처음 알게 된 건 군대에 있을 때였다. 워낙 인기가 없어서 부대 책장에 항상 꽂혀 있었다. 나도 한 번 읽어보려고 했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라 쉽게 손대기 어려웠다. 나중에 제대하고 나서 『7년의 밤』이 뛰어난 서사와 철저한 고증으로 무척 유명한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보려고 했는데 예약 중인 사람들이 많아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부대와 학교에서 『7년의 밤』의 인기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무래도 학교와 군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기다린 끝에 『7년의 밤』을 빌려서 보게 됐다. 읽으면서 놀랐다. 보통 이런 분위기의 이야기를 한국 소설보다는 외국 소설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너무 힘들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이 어렵거나 두꺼워서가 아니었다.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가 읽는 것을 힘들게 했기 때문이었다. 읽으면서 가슴이 너무나 답답했다. 세령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소설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한 남자는 딸의 복수를 꿈꾸고, 한 남자는 아들의 목숨을 지키려 한다.’라고 책 뒤편에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의 내용을 온전하게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책의 내용은 그보다 훨씬 더 깊고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는, ‘삶과 죽음, 죄와 벌, 이승과 저승 사이의 사랑, 악마와 선인의 위태로운 경계...’라고 조용호 작가가 쓴 평이 이 소설을 더 잘 설명하고 있다고 느꼈다.
직접 읽어보니 인물의 심경 묘사가 뛰어나고 고증이 정말 철저하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결말 부분에서 살짝 아쉬웠던 것 같다. 오영제는 분명 죽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최서원을 죽은 자의 신분으로 쫓을 수 있었는지 설명되었다면 개연성이 더 갖춰졌을 것 같다. 모든 사건이 끝나고 다른 인물들의 후일담이 더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책의 안 그래도 두꺼운 책이 더 두꺼워졌겠지만.
그래도 분명 뛰어난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7년의 밤』을 쓰기 위해 잠수 관련 책을 7권이나 사서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수중 구조작업 교관, 토목시공기술사, 검찰수사관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설명을 듣고 감수를 받았다고 한다. 취재에만 3개월을 투자했다고 한다. 『7년의 밤』의 철저한 고증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었다. 작가의 취재 능력에 감탄했다. 곧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는데 영화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정유정 작가의 신작 『종의 기원』도 빨리 구해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