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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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지용과 민신혜, 각 자의 세계는 서로 너무 다르다. 강지용은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원하는 수준의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민신혜는 수준미달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성적으로 학대받으며 자라왔다. 인간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진다고 했던가? 그렇기에 인간이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정도는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그렇기에 강지용과 민신혜, 두 사람의 세계는 별과 별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멀지만 둘은 똑같이 삶을 지옥같이 여기고 있고 그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2.


 저마다 살아온 세계가 너무나도 다른 둘이지만, 둘은 서로에게 구원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강지용은 민신혜를 만남으로써 일종의 '구원'을 얻게 되고, 민신혜는 강지용을 통해서 자신만의 '구원'을 이루려 한다. 강지용은 민신혜와 자신의 '구원'을 위해 민신혜의 어머니를 죽이고, 민신혜는 비뚤어진 관계인 양아버지와 한국을 떠난다. 그러나 강지용과 민지혜 모두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도착한 곳은 역시 '구원'은 없었다. '구원'을 가장한 지옥의 다른 모습이었을 뿐.


3.

 

 개인적으로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타인의 희생으로 자신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채우려 했던 두 사람 어느 하나 옹호하고 싶지 않지만, 정확히 두 사람 모두 비슷한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길 바랐다. 그런데 강지용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이용당하고 버려진 반면, 민신혜가 맞이한 결말은 왠지 작위적이라고 느껴졌고 강지용만큼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애초에 삶 자체가 나락이긴 했지만.)


4.


 권희철 평론가의 해설 '성 안토니우스의 십자가 아래서' 는 소설을 읽고 나서 꼭 읽어봐야 한다. 소설에 대한 흐릿한 생각과 느낌을 매우 명료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소설 이상의 평론이라고 생각한다.


5.


 어쨌거나 개인 취향으로, 입시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이나 N수생이 주인공인 소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때의 강렬한 감정상태와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감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많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달고 차가운> 역시 20살 재수생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강지용의 자기파괴적인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애초에 현실에서 이런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 필요없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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