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철학에서는 모든 것을 어떤 하나로 환원하려는 사고를 위험한 것으로봅니다. 국가든 종교든 형이상학적인 무엇이든 간에 ‘하나’에의 집착은 필연적으로 개별성, 다원성, 질적 다양성, 차이, ... 등을 억압하기 마련이라는 것이죠. 사회적으로 말한다면,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어떤 다양성도 용인하는 사회가 현대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다르면 그건 곤란하겠죠. 사회의 법, 규율, 윤리, 도덕, 정의, ... 같은 범주들을 덮어놓고 낡은 것들로 매도하는 태도도 문제가 있습니다. 오히려 여럿을 전제하고, 즉 여럿을 일차적으로 인정하고 그 후에 어떻게 서로간의 부딪침이나 소원함을 극복해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현대 철학의 기본 구도입니다.
또 차이와 다양성만 강조하다 보면 얄궂게도 가짜 통일성, 빗나간 하나가 다시 도래한다는 것입니다. 부분들을로서 진정 가만 놔두면 좋겠지만, 엉뚱한 전체가 부분들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컨대 매스컴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수 있어요. 사람들은 다 다르다. 서로 관계없다. 나는 나다. 이런 식으로 말해서 정말 사람들이 건전한 형태의 상대주의에 입각해 살아가면 좋겠지만, 그런 분열과 무관심의사회는 결국 대중매체와 대중 문화에 의해 지배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차이라든가 복수성 같은 가치들이 어찌보면 현실 세계를 실제 지배하는 거대한 힘들을더 강화시켜 줄수도 있다는 겁니다. (P.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