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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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는 처음 만나는 작가이다. 데뷔 20년이 되었다는 작가인데, 어찌 나는 그의 작품을 이제서야 처음 접할게 되었는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일본작가들은 빙산의 일각일뿐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면서 몽실북클럽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도쿄에 사는 세 남녀의 평범한 일상이 3장까지 각각 이어지다가 4장에서 미래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세 남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미스터리 판타지를 기대하고 있던 독자였다면 3장까지는 '이게 뭐지'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3장까지의 이야기 흐름처럼 평범한 일본인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읽었다. 4장에서 세 남녀의 연결고리가 밝혀지는 재미는 솔솔했지만, 삭막하고 무미건조한 미래는 어쩐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릴적에 내가 미래소년코난이랑 은하철도 999 라는 일본만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때 바꿨으면 좋았을 거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491쪽

난 잘못되지 않았어 521쪽

인간은 누구나 자기 가치관의 정당성에 집착한다는 말이 이 책에 나오는데, 살인을 저지르고도 난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한 이 책에 그려지고 있는 미래는 그냥 미래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꾸려고 무진장 노력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 바꿨다고 생각하면서 뿌듯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본성이 드러나면서 좌절하기도 하는데, 나의 노력으로 본성을 둘러싼 벽들이 두꺼워질뿐이지 본성이 없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더욱더 노력해서 벽들을 두껍게 만들어서 나의 안좋은 성격적 결함을 덜 드러나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한다. 

국가와 세계를 뒤흔든 대사건도 거슬러가면 한 사람의 작은 행동에 도착하지 않을까. 작가도 이 소설을 쓰면서 그 점을 계속 생각했다라고 하니...

그렇게 개개인이 서로 노력하다보면 4장에서 처럼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미래를 나의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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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인 도쿄 - 그녀들이 도쿄를 즐기는 방법
이호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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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없다> 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을 정도로...일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냥 싫다" 이다. 

중학교때 반친구 하나가 일본볼펜을 쓰면서 "확실히 일제가 좋네, 국산은 품질이 별로다" 하면서 난데 없는 일본 찬양을 하기 시작하자 반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갑자기 그 아이는 순식간에 매국노로 몰리는 상황까지 가면서 열띤 공방이 일어날 만큼 일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좋지않다. 지금이야 쉬쉬하면서 일제를 써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 시절에는 일본문화도 숨어서 즐겨야하는 상황이었다.

대학교때 유럽배낭 여행은 꿈꿨지만, 일본에 유학하고 돌아온 친구가 다시 일본에 가고싶다라고 할때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일본에 대해서 무지했던 나이다.

여행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는 나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신랑을 만나면서 그나마 국내여행은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해외는 아직 한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그런 나도 최근에 가보고 싶은 나라가 생겼는데 이상하게도 일본에 가보고 싶다. 가깝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일본 음식이 많고 캐릭터 문구류 쇼핑도 마음껏 하고 싶기도 하고... 신랑이 일본출장 갔을 때 내가 좋아하는 키티캐릭터 문구류를 주문했는데, 이거 일본에서 사온거 맞나 싶을 만큼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직접가서 고르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선택한 이 책은 나의 기대와는 다른 아이템 선정으로 인해서 초반에는 읽기가 힘들었는데, 갈수록 내 마음에 들어서 순식간에 마무리 했다. 주위에 해외여행 갔다온 사람들 보면 엄청나게 빡빡한 일정으로 다녀오는데 나는 그런 여행보다는 동네 산책하듯이 해외여행 다녀보고 싶은 사람으로써  이 책이 그런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헉헉거리면서 보는 여행책이 아닌 읽는 독자까지도 느긋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여행책이었다.

시간에 쫓기듯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일주일을 가더라도 여유를 즐기면서, 하나를 보더라도 마음편하게 충분히 느끼고 즐기는 그런 여행을 꿈꾸는 것뿐만이 아니라 할 수 있을것 같은 힘을 준 책이었다.

작년에 경주에 지진이 나면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을 겪고난 후 갑자기 일본사람들이 존경스럽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일본에 지진이 나면 벌받는거라고 생각하면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내가 막상 지진을 겪고보니 그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침착하게 잘 대응하면서 사는 일본사람들을 보면서 더욱 더 일본이라는 나라가 궁금하고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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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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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에 관한 소설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서 작가도 책제목도 지금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불법장기이식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된 장기이식에 관한 책... 등장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심리를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었다.

그런던 중 "장기기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숨 막히는 24시간의 기록" 이라는 책소개를 보고 서평단 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빌게이츠 추천이라는 글을 보고 불안하기는 했다. 역시나 나에게는 어려운 책이었다.

슬픈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괄호의 압박으로, 나중에는 새로운 등장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인하여 그 여운을 계속 끌고 가기가 힘들었다. 시몽 랭브르와 같이 사고를 당한 친구들의 이야기나 주변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너무 병원사람들 위주로 전개되는 것도 나의 기대와는 달라서 아쉽기도 했다.

서평책이 아니었다면 벌써 포기하고 말았을 책이지만, 서평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언제 내가 취향이 아닌 책을 끝까지 읽을 날이 있겠는가, 그것도 프랑스 문학을...

힘들게 읽는 만큼 남는게 있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이입이라는 것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일 시몽 랭브르의 부모라면, 내가 장기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장기기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세가지 생각을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리면서 읽었다.

어려운 책이었지만 프랑스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평소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장기이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아직까지도 나의 생각은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이 책만 보더라도 사람들은 자기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면서 사는 것 같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남이 힘들고 어려운 삶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갈지언정 나의 티끌만한 삶의 무게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듯 살아가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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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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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접한 작가이다. 그전에는 도서관에 갈때마다 너무 많은 작품이 있어서 뭘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고, 검색해서 재미있는 작품을 고를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관심이 가지 않는 일본작가 중 한사람이었다.

계속 베스트셀러에 있는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 읽어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생각외로 재미있어서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그후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책이 꽂히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빌려오게 되었다. 재미가 없는 작품은 없었지만, 쫄깃한 추리소설을 바라고 책을 펼치는 나에게 결말이 김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가독성 하나는 짱인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예전에 출간된 작품도 거슬러 읽기는 하는데 아직 못 읽은 작품이 더 많아서 한편으로 기쁘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나온 신작인 <위험한 비너스>는 <악의>랑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나서 읽은 작품이라서 나름대로 나혼자 엄청 기대치가 한껏 올라간 작품이었다. 

명문가 후계자의 실종과 유산 분쟁, 사라진 그림, 의문의 죽음이라는 책소개를 봤을때도 끌리는 소재의 미스터리여서 더욱 더 궁금한 책이었다. 읽다보니 고전추리소설 느낌도 나고 ,이리저리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재미가 솔솔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건만 이건 작품이 부실해서라기 보다는 작가에 대한 신작에 대한 나혼자만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을 뿐, 책장은 읽기가 아까울만큼 술술 잘 넘어갔다.

아직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 남아있는 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들은 읽을때마다 항상 기대치를 잔뜩 안고서 읽을 것이다. 실망할 수도 역시 하면서 감탄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작가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내 서평인생중 가장 두근두근하게 기다린 당첨발표책이 아니었나 싶다. 히가시노 책에 내가 당첨되다니... 당첨되지도 않았는데 나눔할 분한테 당첨되면 나눔하겠다고 한 책이어서 더욱 당첨되기를 바란 책이었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을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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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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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요나손의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웬만해서는 소설책을 잘 안 읽는 신랑에게 50페이지만 읽어보고 재미없으면 안 읽어도 되니 제발 한번만 읽어달라고 사정할 정도였다.

그렇게 스웨덴 작가에 대한 호감이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로 이어지게 되었다. 괴팍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친정아버지나 시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나 애틋한 정이 많지 않은 나였지만... 마지막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정도로 인상적인 책이였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는 도서관에서 빌려와서는 읽지도 못하고 반납했지만 작가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그러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이라는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몽실서평단을 신청했는데, 책을 받고나서 처음에는 책이 얇고 한글제목보다 영어가 더 눈에 띄어서 원서인줄 알고 깜놀했다. 그러다가 책이 너무 아담하고 이쁜 삽화도 있어서 시집인가 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이 떠올라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간이었다. 시아버님은 암으로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기에 막상 장례식날 자식들은 담담하게 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둘째 몸조리중이던 나는 소식을 듣고 4살이던 아들에게 "할아버지 보러 가야한다" 라고 하니 엄청 좋아라하면서 신나서 따라 나선 울 첫째... 첫 친손자라서 그런지 시아버님도 평소의 무뚝뚝한 성격과는 달리 손자를 엄청 챙기셨고, 아들도 할아버지의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아버님이 아프실때도 옆에서 말동무도 해주고 할아버지 아프다고 안마도 해주던 아들이었는데... 장례식장에 도착한 아들은 할아버지 영정 사진을 보고서는 "나는 움직이는 할아버지 보고 싶다" 고 대성통곡을 하는 바람에 그제서야 눈물샘이 터져버린 어른들... 그러고는 울다지쳐버린 아들...

이 책을 읽기 전에 너무 슬프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한아름 안고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 걱정에 비해 헤어짐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아름답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서 문장하나하나를 곱씹어보게 만들었다.

과연 나에게도 이런 일이 닥쳤을 때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 매우 의문스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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