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해변에서 - 네빌 슈트 대표선 1
네빌 슈트 지음 / 블루프린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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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소설은 정말 많은 종류가 있지만, 제목만 보고 이 작품이 아포칼립스 소설이라고 바로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나는 SF라고 들었을 때, 새로운 행성에 도착한 인류가 해변에서 지구를 추억한다거나 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책을 읽고 나선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외계인을 만난다거나, 외우주로 가는 탐험 같은 것은 전혀 나오지 않고, 좀비도 나오지 않고, 21세기의 유망 기술도 볼 수 없다.


이 책은 흔히 말하는 뉴클리어 아포칼립스 소설로 이미 세상은 핵전쟁으로 멸망하고, 마지막 남은 소수의 인류들이 방사성 낙진으로 확실시 되는 멸망을 기다리는 소설이다. 다만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핵전쟁은 끝났고 세상의 멸망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는 무미건조하게 생존자들과 거리를 두며 그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처절한 묘사도 없고 오히려 멸망을 다룬 소설치고는 지나치게 담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겁고, 암울하다. 그리고 멸망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서서히 무너져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이야기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헛된 희망 때문에 어찌저찌 이어져가고 있는 일상을 다룬 파트와 마지막 생존자를 찾기 위한 군대의 노력이 중심이 되는 군대파트가 그것이다. 물론 편의상 나눈 것으로 실제 호주의 일상과 거기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는 서로 영향을 받으며 이야기가 진행되고, 등장인물들은 그에 따라 절망하기도 약간의 희망을 품기도 한다. 결말은 이미 책의 시작부터 정해진 채로 시작되지만 이들의 절망과 희망이 오고가는 지점들을 보고 있자면 금세 이야기가 끝이 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이야기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데 멸망을 애써 모른 척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피터 부부나,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어도 멸망에 대한 시각차로 엇나가다 결국은 그들 나름대로의 결말을 내는 모이라와 드와이트, 그리고 인간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주민들, 군인들이 등장한다. 덕분에 멸망을 그저 기다리다 다 같이 죽는다는, 단선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가 좀 더 다채롭다.


분량은 긴 편이 아닌데, 덕분에 시간내서 읽기 좋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 소식이 잊을만하면 나오고, 최근에 원자력 발전소 폐쇄 문제로 다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자연스레 핵무기 얘기도 떠올랐다. 60년은 넘은 작품이지만 아직도 핵무기의 공포가 존재하는 현실에 한숨도 쉬어보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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