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손을 잡아 놀 청소년문학 26
N. H. 센자이 지음, 신선해 옮김 / 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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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끔찍한 게 전쟁이 주는 비극이라지만 지금의 평화에 익숙한지라 그것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잘 느껴지지는 않는다. 일상이 잔인하게 깨지고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 현재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전쟁은 얼마나 무서운 것일까?

 

비참한 현장으로 독자와 관객을 데리고 가서 평화를 그리워하게 하는 소설과 영화를 보고 싶었다. 나의 상황을 돌아보고, 전쟁의 실제 현장에 서 있는 사람들과 한반도의 참평화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 기도 속에 사랑과 진심이 필요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이 책 <오빠 손을 잡아>에게 기대한 것이 그것이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무감각해지지 않고, 나 살기도 바쁜데 정말 뭐가 일어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는데... 절절한 감동을 느끼고 싶었는데... 우선 이 소설에선 기대의 반의반의 반만 얻었다.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세력이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상황에서 조국의 평화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한 가족이 망명을 결심한다. 작은 10대 소년 파디의 가족들이 국경을 넘어서는 그날, 파디는 그만 어린 동생 마리암의 손을 놓친다. 탈출에 성공하여 가족들은 미국에서 일상을 되찾게 되지만 마리암이 없는 곳에서 온전한 평화를 되찾을 수는 없다. 손을 놓친 사람은 파디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나도 파디의 탓을 하지 않고 모두가 자기 자신의 잘못이라하며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면서 참담한 슬픔을 이겨내려한다. 파디의 가족을 통하여 가족이란 의지해야하는 존재이고 사랑과 대화 속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파디가 가족들의 위로로 성장하는 모습과 누리지 못했던 자유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장면, 탈레반과 같이 비정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를 비판하는 부분 등에서 전쟁이 왜 없어져야 할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전하는 방식이 아쉬웠다. 있는 그대로 묘사하여 독자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주입하려 하기 때문에 감동도 적었고 현실감도 없었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그것을 겪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같지 않았고 그저 싸우면 안된다는 생각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작가가 선생님이고 나는 학생인 교실에 갇혀 읽은 것처럼 줄거리를 따라 감동과 교훈을 배운데서 마친 소설로 본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 소년이 어떻게 성장하고 가족들의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알아가는지 느낄 수 있었지만, 하루하루가 지뢰와 폭탄으로 무너지는 불행을 두려워하게 하거나 사랑과 평화를 간절히 바라게 하지는 못했다. 그냥 평범한 가족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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