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세계문학의 숲 16
제인 오스틴 지음, 고정아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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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세계 문학의 숲'에서의 첫인상이 좋았다. 표지 속 환하게 핀 연분홍 장미꽃이 사랑에 빠질 연인을 예고한다. 진실한 사랑을 맞이하는 설렘은 늘 새로움을 안긴다. 바라만 봐도 행복한 표지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을 읽을 때마다 새롭고 즐거운 건 이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그만큼 다채롭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시집 잘 가는 것을 취집이라고 하던데, 엘리자베스의 어머니 베넷 부인은 삶의 목적이 자식 취집 잘 시키는 데 있는 사람이다. 시집 잘 보낸 덕 누리고 싶은 속없는 아줌마지만 머리 굴리는 게 눈에 다 보이는데도 순진하다고 느껴지는 게 나름의 매력이다.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언니 제인은 다행히도 그런 속물근성을 닮지는 않았다. 그래서 응원할 수 있는 이들. 로맨스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여주인공들이다. 가난한 여자가 가진 돈만큼 깐깐한 남자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주변인들과는 달리 자존심 강하고 당찬 여자에게 끌려 포로가 되는 남자. 여자가 독하지 않고, 배려 깊고 착할 수도 있다. 온갖 방해물을 이겨 마침내 사랑을 완성한다는 결말은 변함없지만.

 

이 두 가지 유형이 여기다 등장한다. 오스틴만의 발랄한 분위기가 결합하여 진부한 그저 그런 로맨스로 느껴지지 않고 읽을 때마다 즐거운 게 참 신기하다. 얄미운 다른 인물들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게 현실 세계에 존재할 법한 사람들이고 그들로 인해서 <오만과 편견>이 개성 넘치는 소설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깨우치기 직전의 엘리자베스가 읊었던 명대사, 여전히 멋지다. 사람을 바꾸는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한 듯.

 

"나 자신의 분별력에 그토록 자부심을 품고 있던 내가! 자신의 능력을 그렇게 대단하게 여긴 내가!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솔직한 언니의 진심을 비웃고, 남들을 쓸데없이 의심하면서 허영심을 채우던 내가! 너무나 수치스러워! 하지만 수치심을 느끼는 건 당연해! 사랑에 빠졌다 해도 이렇게 눈이 멀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문제는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었어. 처음부터 한 사람은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어 기뻤고 다른 사람은 나를 무시해서 분개했던 거야. 그래서 두 사람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 스스로 선입견과 무지를 키우고 이성을 몰아냈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는 나 자신을 몰랐던 거야."(.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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