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 경제 혁명 100년의 회고와 인공지능 시대의 전망
로버트 J. 고든 지음, 이경남 옮김, 김두얼 감수 / 생각의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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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뉴 노멀'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저성장, 저금리, 저인플레가 지속되는 환경이다. 이면엔 천문학적 부채가 쌓여있고, 반대편엔 천문학적 저축이 쌓여있다. 근저엔 낮은 생산성이 있다. 미국 경제를,아니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을 가장 잘 투영한다는 미국 10년 금리는 고작 2%언저리일 뿐이다. 바짝 힘을 내봐야 2.8% 부근을 잠깐 터치할 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무슨 저주라도 받은걸까? 사람들이 집단최면 이라도 걸린건가? 거대한 착각인가? 아니면 축복인걸까? 금융은 단순히 사자와 팔자가 맞물려서 금융공학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이 아니다.결국 시장은 실물의 그림자다. 아무리 연준이든, 미국이나 중국 정부든, 또는 검은 정부든 장기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다. 


결국 고통스러운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 저생산성은 실물으로부터 설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볼 수 있다. "알파고보다 냉장고가 인류에는 훨씬 큰 기여를 했다." 알파고니 자율주행차가 나온다고 해도 20세기 초반무렵 상하수도 시스템과 냉장고, 초기 자동차만큼 인간을 해방시키고, 생활수준을 높힐 수가 있나? 이 책은 단언코 아니라고 대답한다.


물론 전망은 어렵다. 틀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아 봤을때 그 영향이 압도적이라면, 전망이 크게 틀리지 않는한 맞는 말을 하게 된다. 이 책에도 전망보다는 회고가 많다. 과거의 변천사에 대한 방대하면서도 세심한 자료와 묘사를 보고 있자면, 사실 압도감을 느낀다. 크게 전망을 하지 않더라도 설득당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저자도 틀릴 수 있다. 겸손한 저자는 책 속에서 전망의 어려움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과거의 충실한 회고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인류는 그간의 노력과 발전에 대해 스스로 너무 과소평가해왔다. 실제로 이 책에서 여러번 지적하는 부분도 20세기의 획기적인 발전이 정량적 GDP 통계에는 너무나 과소평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면 저자의 주장에 동감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한계는 미국만을 다뤘다는 점이다. 미국만 보다보면 중국이나, 인도 또는 다시 떠오를 어떤 나라를 놓칠 수 있다. 미국의 1920년대가 한국에서는 1960~70년대, 중국에서는 1990년대, 2000년대의 천지개벽이었다. 이 책에서 언급은 없지만, 지구상에서 다음 후보지는 충분하다. 인도나 중앙아시아, 또는 아프리카가 어쩌면 Next가 될 수도 있다. 현상만 봐서는 어렵다고 보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그렇다. 1950년대, 60년대 지금의 중국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면에서 <The rise and fall of global growth>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까도 언급한 전망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싶다. 뉴노멀도 뉴노멀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정말 인류의 미래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달이나 화성, 또는 우주개발이라도 본격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발측한 상상을 해보자면 그렇다. 만약 그런일이 벌어진다면, 이 책은 또 하나의 신화로 남을 것이다. 이래저래 문제적 저작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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