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를 위하여 이숲 세계명작 해설 시리즈 1
김욱동 지음 / 이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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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자살로 삶을 끝내기 얼마전에 쓴 <파리는 날마다 축제 A movable feast>라는 책이 사후에 발표됐다. 말년에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모든 걸 다 이룬듯한 시점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던 그는 고통속에서 버텼고, 되려 어리숙했던 습작 시절을 떠올렸다. 책속에서 그의 절절한 마음이 전해 지는듯 해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 책이 한국에서 나온 2012년에 김욱동 교수가 같은 출판사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헤밍웨이에 대한 책을 냈다. 김욱동 교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헤밍웨이의 책을 다수 번역하신 정통한 번역자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와 쌍을 이루는 듯한 이 책은 출생부터 사망까지 헤밍웨이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와 이 책을 읽으면 그의 팬이나 지지자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문학과 삶에 대한 그의 열정을 느꼈다면 말이다.


그의 인생은 참 파란만장했다. 보수적인 미국 중서부의 의사집안 중산층에 태어나서 평탄한 길을 걸을 수도 있었을텐데, 끝내 그는 삶과 불화했고 긴장관계를 놓치 않았다. 그러나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을 누구보다도 사랑했고 행동에 옮겼다. 그는 삶의 정수를 깊게 들이마시길 원했다. 인간의 삶과 모순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전쟁에 뛰어들었다. 유럽에서의 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에 그는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그의 대표작에는 전쟁의 경험이 짙게 베여있다. 이 책에서는 3개의 장편과 마지막 단편 대표작인 <노인과 바다>를 순서대로 다루는데, 삶이 진행되면서 깊어지는 인생에 대한 통찰을 작가의 삶과 어우어지게 잘 분석했다. 작품을 읽으며 같이 삶을 음미해보면 좋을 듯 하다.


헤밍웨이는 단편으로도 매우 뛰어나다. 그의 장편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 책에서는 '빙산 이론'으로 설명한다. 빙산이 1/10만 드러나고 9/10은 물에 잠겨있듯이, 그의 단편에는 1/10의 단초만 무표정하게 그려낸다. 9/10을 발견하고 음미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그의 단편소설을 잃어보면 가끔 이게 뭔가 싶을 때도 있지만, 9/10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느끼게되면 쾌감과 감동이 배가 된다. 매우 영리한 작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헤밍웨이의 예술가로서의 불꽃같은 삶과 그의 작품을 튼튼하게 교직했다. 유명한만큼 읽히지 않는 헤밍웨이를 이해하는데 있어 더할나위없는 길잡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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