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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힘
조 스터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프롬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산유국과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중진국이라도 간 나라는 한국, 대만, 일본 이 유일하다. 왜 어떤 곳은 성공하고, 다른 곳은 실패했는가? 이 책은 아시아로 범위를 좁혀서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의 차이를 밝힌다.
총 3가지 요인을 꼽는다. 우선 토지개혁이 성공적이어야 한다. 지주가 대부분의 영토를 소유하고 소작농이 대부분인 경우 소출이 늘 수 없다. 토지가 공평하게 분배되어 모두 자기 토지를 보유한 가족농 형태일 경우 생산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하며 조금씩 부가 쌓인다. 이는 초기에 기본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높은 소출량은 식량 수입을 줄여 외화 유출을 줄이는 효과도 거둔다. 동북 아시아 3국은 토지개혁이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졌는데,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다. 반대로 동남아시아는 아직도 지주가 대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아무리 기계를 쓰고 대형화해도 농업 생산성은 낮다. 겨우 먹고 살만한 임금을 받아가는 농민들은 소비 여력이 없다.
두번째로 강력한 수출 규율이 필요하다. 국가는 수출 시장에서 외화를 잘 벌어오는 기업에 집중 지원한다. 신용장이나 외국 기업과 맺은 계약서를 가져오면 무역금융을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산업정책도 공격적이다. 국가에서 연구개발을 주도적으로 하기도 하고 기업이 투자할 방향을 제시하고 각종 인센티브로 강제한다. 몇 개의 경쟁자끼리 수출 경쟁을 시키고 도태되면 처분하거나 다른 곳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키워가도록 관리했다.
동남아시아의 정치 리더들은 수출 규율 개념이 부족했다. 산업 발전에 별 기여도 하지 않는 대지주에도 성급하게 대출을 승인해주고 이권사업을 허가했다. 대지주들은 자연 자원을 팔거나 부동산 개발업을 했다. 내부에 기술 축적은 없었다. 영미권 경제학자나 IMF 등의 조언을 받아들여 금융은 빨리 민영화 됐다. 은행은 해외에서 값싼 자금을 조달해서 손쉽게 대출을 해줬고, 기술을 익히고 산업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카지노를 만드는 일, 사치품을 수입하는 일 등으로 돈을 다 써버린다.
세 번째는 금융 억압이다. 금융은 농업과 수출산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된다. 금융을 자유화하지 않고 정부가 강하게 통제한다. 예금 금리는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으나 국가의 자본통제로 높은 수익률을 쫓아 함부로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사회 보호망 부재로 낮은 금리에도 저축률은 높게 유지된다.
일본, 한국, 대만은 이 경로를 엇비슷하게 따라가며 결국 승자가 되었다. 일본은 개화기에 유럽 내 후발주자인 독일에서 많은 정책을 배워온다. 그리고 한국 역시 일본과 독일의 사례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박정희를 높게 평가하는데, 역사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서 영리하게 현실에 적용한 것으로 그려진다.
세 가지 성공요인들을 세 챕터에서 각각 다룬다. 마지막 챕터는 중국이다. 중국은 3가지 성공요인을 비교적 잘 따라왔다. 후발주자로서 이점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리더십을 가지고 잘 꾸려왔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은 규모의 크기만 대단했지 질적으로 대단했던 것은 아니었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같은 대다수 대국들은 상대적 기준에서 경제적으로는 실패했다. 한 국가의 전망을 좌우하는 것은 통치와 정책 결정의 질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다를바 없다.
중국이 모델의 한계를 노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산업정책이 뒷받침한 국영기업이 B2B를 넘어서지 못했다. 소비재시장의 감성과 유연성을 지니지 못했다. 둘째로 해외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상당수가 정부 조달이나 승인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세번째는 중국이 탁월한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철도의 사례를 들고 있다.
맺음말에서 저자는 일본, 한국, 대만, 중국 같은 경제체제 전환은 아마도 다시 보기 힘들꺼라고 한다.현재 빈국에서 효과적인 토지개혁은 정치적 의제로 올라와 있지 않다. 대신 마이크로 파이낸스 같은 땜빵식 처방만 있다.
마지막으로 선진국과 그들이 만든 세계은행이나 IMF가 빈국들에게 부실한 조언을 제시하고 이를 빈국이 받아들인 게 가장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항상 발전 초기에는 자본과 기술적 학습을 축적하도록 보호주의적 개입을 해야한다.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와 유사한 관점인데, 실제 이 책의 저자는 장하준의 저작을 참고자료로 하고 있고 아이디어 제공자로 장 교수를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 이코노미스트, FT 등에 기고한 저널리스트기 때문에 경제이론 보다는 취재 위주의 책이다. 명쾌하게 발라낸 세가지 성공 요인도 아시아 북쪽과 남쪽을 비교하고 귀납적으로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 정밀함 같은 건 떨어지지만, 심층적 취재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역사적 사례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