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 불공정한 시대의 부와 분배에 관하여
이매뉴얼 사에즈.게이브리얼 저크먼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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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기점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 특징적인 부분은 세계화 퇴조와 '큰 정부'의 컴백이다. ‘작은 정부'가 선이라는 믿음과 반대 흐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정부의 비효율성과 무능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미국의 '작은 정부'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나도 '작은 정부'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에 '작은 정부'의 본진인 미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뒤바뀌는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데, 코로나와 중국과의 체제경쟁이라는 두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것이 총성없는 전쟁에 준하는 나머지 국가의 개입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확진자 검출하고 격리시키고, 락다운 의사결정을 하는 정부몫이 커진다.

두번째는 중국과의 경쟁이다. 중국은 '너무나 큰 정부'이다. 막대한 보조금과 갖은 합법적, 불법적 정책을 사용해서 자국 산업을 육성시킨다. 미국은 '작은 정부'가 좋다고 너무 넋놓고 앉아있다가 단기적으로 위협을 받고있다. 물론 '작은 정부'로 인한 민간의 자발적 활력이나 혁신동력이 장기적으론 중요하긴 하지만, 일정부분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힘을받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지금은 코로나와 중국의 두가지 전쟁 국면이다. 미국에서도 정부가 많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게 시대의 흐름이다. 소련이 무너져 체제경쟁이 끝나고,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작은 정부' 시대가 열렸다. 세금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세기(팍스 아메리나)'와 '작은 정부', '세계화', '감세' 이런 모든게 같이 물려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고, 이 책은 거기에서 '감세'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재기와 대안제시를 하고 있어 시의적절하다. 최근 바이든의 부자 증세 논의가 있었고, 앨런 미국 재무장관은 OECD에서 글로벌 법인세 최저레벨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얘기가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 이후 법인세와 소득세를 내리는게 선이라는 인식이 시대정신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과거 미국은 사뭇 달랐다. 특히 루즈벨트 대통령 얘기를 들으면 정말 이게 내가 알고 있는 미국인가 싶을 정도로 사회주의적이고 과격했다. 누구든 일정 수준이상의 소득은 가져갈 수 없을정도로 세금을 혹독하게 뗐다. 즉, 엄청나게 누진적이였다. 유럽의 구체제에서 민중들에게 많은 세금을 지우는데 질린 나머지 미국 건국초기에는 유럽보다는 진보적인이고 누진적인 세금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돈많은 사람들이 세금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경향이 있었고 소득세가 없어지거나 낮아지는 구간이 등장하곤 했다. 그래도 국가의 필요에 의해 다시 세금이 높아지는 때가 분명히 있었다. 요즘처럼 전쟁같은 국면에서 특히 그랬다.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미국만 세금을 올리면 어차피 부자들은 다 해외쪽 구멍으로 빠져나가고 실제 세금을 올려봤자 이득이 없다는 거다. 앞서 앨런 장관의 OECD 최저 세율논의를 언급했지만, 이 책을 통해 이런 방향에 대해서 범국가적인 정책이 하나둘 진행중이라는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탈세를 하는 주요 방법은 법인세가 낮은 곳에 세워진 곳과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몰아주는 방법이다. 빅4라고 불리는 회계법인에서 이런 컨설팅 사업을 주관하고 있고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최근에는 규제가 생겨서 대기업이 국가별로 올리는 이익과 세금에 대해 보고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세무당국에는 이 자료를 필수적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어서 맘만 먹으면 세무당국이 최저 세율을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진전이 많이 되어 있는 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저자들은 버클리 대학 경제학 교수들인데, 이 세금의 문제에 대해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세금을 내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는 것. 그리고 레이건 정부이후 자본대비 임금이 세금에 대해 너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었고, 이게 부자들이 더 부를 축적하게 만들었다. 이게 빈부격차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는 거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금대비 자본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 즉, 소득의 원천에 관계없이 동일한 소득에는 동일한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세는 정부에서 얼만큼 맘먹고 탈세를 잡아내느냐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레이건 정부 이후 '작은 정부' 이데올로기가 대중화되면서 '탈세'가 미덕이고 적법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었지만 최근에 코로나 국면 등을 거치며 탈세에 대한 인식이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FANG같은 다국적 대기업들이 독점적이기 때문에 문제의식도 많고 탈세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는 않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국면에서 미국 국가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있고,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만국이 겪고 있기 때문에 세금 징수에 대한 의미가 글로벌하게 진행중이다.

차츰 증세에 대한 뉴스 플로우도 많아질 것이고 사회에 이슈가 될 거라고 본다. 세금에 대한 여러가지 쟁점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 책이 큰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다.

< 참고: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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