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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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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쯤에서 이야기가 끝났더라면 한 편의 훈훈한 가족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 인생은 단지 구십 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 함정을 피해 평생 동안 도망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45쪽

내게도 아마 헤밍웨이의 젊은 날과 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은 신비하고 달콤한 희망으로 빛나며 옆에 누워 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시절…… 하지만 그 상대가 누구였는지, 당시의 감정이 어땠는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는 것이며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였다.-94쪽

그녀는 한마디로 기내식 같은 여자였다. 별로 당기지는 않는데 안 먹으면 왠지 손해일 것 같고, 그래서 억지로 먹되 막상 먹으려고 보니 뭔가 복잡하고 옹색하기만 하고, 까다로운 종이접기를 하듯 조심스럽고 겨우 먹고 나면 뭘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고, 식후에 구정물 같은 커피를 마시다보면 뭔가 속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갖출 건 갖춘 것 같은데 왠지 허전하고, 결국 포장지만 한 보따리 나오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엔 언제나 '안전벨트를 매주시겠습니까, 손님?'이라고 쓰여 있었다.-185쪽

내가 믿기론, 사랑이란 여자의 입장에서 '능력있는 남자에게 빌붙어서 평생 공짜로 얻어먹고 싶은 마음'이고, 남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 양육해줄 젊고 싱싱한 자궁에 대한 열망'일 뿐이었다. 우울한 얘기지만 그것이 사랑의 본질인 것이다. -216쪽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 자존심이 없으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마음속에 비수같은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 되는 법이다.-222쪽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내 앞에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짐작할 수 없다. 운좋게 피해갈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싶진 않다.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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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3집 - 315360
김윤아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반가운 앨범 발매 소식을 전해 들었다.
김윤아 그녀가 6년만에 앨범을 들고 돌아 왔다는 것-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에게 온 변화는 무엇일까? 지금까지와 앨범의 색이 많이 다르진 않다.
하지만 우울하기만 했던 노래에서 벗어나 이번 앨범은 따뜻한 기운이 맴돈다.
계절적인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음반자켓도 심상치가 않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하나의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녀를 좇아 자켓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들여다 보았다. 세상의 미로속에 갖힌 앨리스를 찾아 헤맸다.
별도로 첨부된 가사집 한장에서 또 한번 감탄했는데,
의미없는 가사들을 반복하는 후렴구들이 판을 치는 요즘 노래들과 달리 가사 또한 시적이었다.  

이번 앨범에는 그녀이야기로 가득하다.
12곡 모두 그녀가 바라 본 세상이고 느낀 이야기들이다.
노래를 듣는 동안 나는 그녀로부터 심신의 위안을 받았다.
나와 그녀의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나의 지친 마을을 다 아는 듯 내가 느낀 세상이야기를 다 풀어 놓고 있었다.

유난히 밝은 곡이 하나 있는데 이번 앨범 중 가장 애착을 느낀다는 곡이기도 한 7번트랙 에뜨뢀르다.
부모의 자리를 경험하게 되면서 세상에 대해서 느낀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얼음공주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12곡 모두가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 애증이 가는 곡을 고른다면 타이틀 going home과 얼음공주다.
요즘 같이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 속에서 진주를 찾은 기분이다.
기계음과 춤으로 무장한 음악이 아닌 가슴에 와닿는 노래들이 많이 발매되기를...  

마음의 평정을 찾아본다…
노래를 곱씹을 수록 깊이 다가 와 마음을 울린다…

라라라라를 같이 흥얼거리며 그녀의 목소리에 한동안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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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엔 정석이 없다. 그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게 사랑이다. 사람사는 얘기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이 사랑이 차지하는 영역임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가슴 아프기도, 행복하기도 한 사랑에 관한 소설과 에세이, 심리서를 묶어 봤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0년 05월 07일에 저장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현 시대를 비판하며 추녀와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 영화 제작중에 있기도 하다.
바람이 불어, ... 널 이별해
김현희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8년 12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2010년 05월 07일에 저장
품절

심리에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이별을한다. 연인 혹은 가족 혹은 친구... 그 순간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지만, 저자는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 이별에 서툰이들에게 권하는 책
좋은 이별-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0년 05월 07일에 저장
구판절판
심리에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이별을한다. 연인 혹은 가족 혹은 친구... 그 순간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지만, 저자는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 이별에 서툰이들에게 권하는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0년 05월 07일에 저장
구판절판
송혜교와 현빈 주연의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한 말이 필요없는 노희경님의 에세이. 책은 얇은 편이지만 그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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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깨어 있네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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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기2
아플 땐 아프다고/신음도 하고/슬프면 눈물도 많이/흘리는 게 좋다고/벗들이 나에게 말해주지만/진정 소리 내는 것이/좋은 것인가/나는 나의 아픔과 슬픔에게/넌지시 물어보았지/그들은 내게 딱 부러지게/대답은 안 했지만/침묵을 좋아하는 눈빛이기에/나는 그냥/가만히 있기로 했지/끝내 참기로 했지//-72쪽

"내 어느 날/암에 걸린 뒤/세상에 소문이/암처럼 빨리도/퍼져나갔지/불청객인 암을/정겹게 손 잡아주라는데/친해지라고 하는데/아직은 낯설어/숨고 싶은 마음/만나는 이들마다/'어쩌지요?'하는데/나는 그냥 웃기만 하고"
- 병상 일기4 中-76쪽

네가 한 번씩/얼음 위에서/높이 뛰어오를 적마다/우리의 꿈도 뛰어올랐지/온 국민의 희망도 춤을 추었지//맑고 밝고 고운 네 모습/보고 나면 다시 보고 싶어/많은 사람들은/사진을 들여다보며/웃음 속에 말하네//"이 아인 계속 소녀로 남으면 좋겠다./세월 가도 변치 않는/희망의 요정으로 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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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얼음보다 차갑게/불꽃처럼 뜨겁게/삶의 지혜를 갈고 닦으면서/늘 행복하라고/우리 모두 기도한다//우리도 일상의 빙판을/가볍게 뛰어오르는/희망의 사람이 되자고/푸른 하늘을 본다, 연아야// - 김연아에게 中-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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