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천수이 지음 / 부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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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삶도 내가 감히 쉽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법' 그리고 '사랑'

법정 로맨스가 아니고서야
차가운 법과 온기를 띤 사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데

천수이 변호사님이 계신
구청 화장실 앞 복도 한 켠의 무료 법률 상담소를 찾으시면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됩니다.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사회운동을 하시는 부모님 덕에

달동네에서 나고 자라며
변변한 내 물건 하나 갖지 못하고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자신 또한 부모님처럼

번듯한 사무실에서 멋진 정장을 입고
돈 많이 버는 변호사가 되기보다
무일푼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길을 선택했어요.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죠.

수임료가 천원인 변호사,
수임료 대신 삶은 달걀과 박카스 한 병,
장닭까지 들고 나타나는 의뢰인도 본 적 있는데요.

여기 천수이 변호사님의 수임료가 그렇답니다.
따끈따끈한 오징어 튀김,
직접 길러서 쪄 온 고구마,
날짜 지난 쿠폰까지! 


수임료만큼이나 다양한 사람과 사연은 또 어떻구요.
노숙자,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 일용직 노동자....

모습도 사연도 제각각인 의뢰인들의 이야기와
법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변호사님의 에피소드와 함께 들려주시는데

코끝이 찡해오기도 내 일처럼 답답하기도,
그러다가 갑자기 웃음보 터지게도 해주십니다.



나라면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다 싶은데

작가님은
책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할 경험과
학교에서는 하지 못할 공부를
의뢰인들을 통해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이라고.


📖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두는 것만으로도
이미 세상은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뜰 준비가 된다"

📖
"소송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
"그런 아픔에 가슴 깊이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까짓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비난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

📖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은 없고,
의미 없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의미 없는 이야기도 없다."



차가운 법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빈틈을
사람의 온기로 채워 간 682일의 기록.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법률 힐링 에세이.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가치가
오히려 희귀하게 여겨지는 요즘,

타인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천수이 변호사의 이야기를
모든 분들이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고유한 냄새를 갖고 살아가며
그 냄새들이 모여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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