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 위픽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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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1960대 초반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깊은 산중 오두막의 그와 그녀!

검은 헝겊에 눈이 가려지고

결박 당한 채 정신이 든 그녀는

어떻게 된 일인지

간밤의 끊어진 장면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산장에 온 첫날을 떠올리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파쇄>는

구병모 작가의 <파과>, 프리퀄에 해당하는 단편인데요.

<파과>의 주인공, 예순 다섯의 여자 킬러'조각'이

10대 시절 다듬어져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차갑고 냉정한 그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는 그녀.

📖

"이 차에 타고 난 다음에는,

네 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만들 거야.

머리부터 팔다리, 몸통이고 내장이고 다 뽑아다가

도로 붙일 거다. 괜찮겠어?"

계속해서 킬러들의 훈련 과정만 펼쳐지지만

그와 그녀의 오고 가는 대화, 섬세한 심리 묘사로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과 눈빛이

눈 앞에 그려진답니다.

📖

"앞으로 수많은 시체의 산을 쌓아나갈 손,

자르고 찌르고 태워버릴 불모의 손,

과녁 아닌 생명을 쏘고 나서야

약탈과 섬멸의 언어로밖에 표현할 길 없는 삶을 시작했음을 (......)

아직 <파과>를 못 읽어 봤거든요.

그런데 구병모 작가님의 '문장의 힘'을!

맛 봐 버렸네요.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두 손은 매듭을 묶듯이,

혹은 그들이 갈 지옥에는 존재하지 않는

선한 신에게 기도라도 하듯이

그녀의 허리께에서 깍지를 낀다."

외전 읽었으니 본전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얇고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아니한 책, 함께 읽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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