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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조리 죽여.
죽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인간이 없으면 문제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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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러시아 제국 변방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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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케케는 쫓기는 아들에게
55년전 시베리아 투루한스크 변경주의 '홀로드나야'에서 일어났던 일을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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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년,홀로드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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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강병에 대한 열망에 가득찬 알렉산드르 2세
-프랑스 라마르크의 '획득 형질의 유전'을 강력히 믿는 리센코 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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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떨지 않는 러시아 백성, 강추위에 굴하지 않는 제국의 군대.
차르는 리센코의 원대한 계획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리고 실험에 필요한 모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20년의 기한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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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 실험을 위해 세워진 '아이들 마을' 홀로드나야.
남자 아이 250명, 여자 아이 250명.
폐쇄된 집단생활과
목젖에까지 고드름이 열리는 강추위에도
아침 저녁으로 차디찬 물속에 입수해야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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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그곳에서 예식을 올리고 아이들을 낳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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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랭내성'이라는 획득형질은 과연 유전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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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그곳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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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신념이 불러온 폭력과 광기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소름 돋는 장면들로 이어졌고
저는 정말로 악마를 보았습니다.
마지막에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등장해서
이거 정말 실화 아니야?
정말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팩트와 픽션의 경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면밀한 스토리의 구성과 뒷받침되는 역사적 고증들로
유전학과 우생학이 정치적 이념과 결합하여
생체실험이 자행되었던 독일의 한 시절처럼
러시아 변방 어느 곳에서도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독재자와 미치광이 유전학자에 의해
이런 일이 일어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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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을 마구 찾아보게 되는 때 아닌 역사공부에 대한 열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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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꽂힌 <종의 기원>이 '너도 과학적 사유 좀 해!' 하면서
자꾸 저에게 손짓하는 환각을 체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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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붙은 살을
다 발라 버릴 기세의 칼바람이지만,
사내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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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가락이 붙은 채 태어나 절룩이는 왼쪽 다리,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인간 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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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제가 되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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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내,
아들을 보내며 끝까지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기적의 케케,
악의 본질은 정말 유전일까?
깊은 고민에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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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읽은 후
임야비 작가님을 존경하게 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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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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