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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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어느 계절을 살고 있나요?

오늘, 마민카식당에는 솜털 같은 눈송이들이 벅차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20대 후반, 가족과 친구들의 만류를 뒤로 한 채 저는 꿈과 사랑을 좇아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랑에 눈이 멀었고 꿈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겼던 그때였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네요.
싸늘한 밤, 보들보들한 쿠션을 끌어안고 책을 읽다보니,
이국땅에 첫발을 내딛었던 그 순간, 불안과 두려움보다 설렘과 희망으로 가슴이 방망이질 하듯 뛰었던 제 청춘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한 겨울의 프라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저마다의 아픔과 결핍을 가진
네 젊은이가 마민카 식당에서 마주합니다.

-이혼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여행 온 수빈

"이별은 수빈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한 사람를 잃는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잃는 것이며
사람을 떼어내는 것보다 괴로운 건
추억이 무너지는 일이라는 걸,
끝내 알아버리고 말았다."

-공무원이란 직업을 팽개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토록 와보고 싶어했던 프라하에서
식당을 연 해국

"세상은 어머니를 빠르게 지우겠지만
해국은 그럴 수가 없다.
그래야 할 이유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사는 내내 미련으로 질척거릴 게 뻔하다.
잠자는 모든 기억을 흔들어 그녀에게 간다.
조금이라도 더 모정의 품을 느끼고 싶다.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
엄마가 서 있던 자리,
엄마의 모든 시간이 머물던 공간....
지금으로서는 식당이
어머니와의 기억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어린 나이에 프라하로 이민을 와서 늘 경계인으로 살아온 지호.

"물론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외롭죠, 외로운데...
남의 나라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타격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여기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도
아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 같은 거죠.
관종은 아니지만 무관심의 대상이 되는건..
참 씁쓸한 일이거든요."

-외대에서 체코어를 전공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기 위해 어학연수를 온 단비

"속 모르는 사람들이 단비를 보면
팔자 좋게 부모 돈으로 유학까지 갔다고 하겠지만.
...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재수하며 들인 돈이 송구스러워
대학생활은 오직 장학금을 향해 내달렸다.
입학금을 제외한 나머지 등록금은 성적장학금으로 해결했고,
그런 노력을 가상히 여긴 부모님이
졸업 전 어학연수를 먼저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부모님은 아셨을까.
이곳에서 단비가 어떤 마음을 먹게 될지,
새로운 세상을 만난 단비가 어떻게 변해갈지를."

힘들고 외로워보이는 이 청춘들이 프라하에서 겨울을 함께 하며
서로의 구멍을 따스하게 채워주고 설렘과 기대로 만남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으로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가,

그들의 앞날을 응원했다가, 

또 혼자 젊음을 부러워했다가

밤이라 혼자서 아주 조용히 야단법석을 떨면서 책을 읽었어요.

책을 덮고선 돌아갈 수 없는 나의 청춘을 다시금 떠올려보니
가슴이 뻐근해져 오기도 했지만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네요.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라고 중얼거리면서요.

네 청춘의 사랑과 이별, 꿈을 향한 발돋움을 크게 응원해봅니다
또, 각자의 자리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길 바랍니다. 


추운 겨울,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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