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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빈센트 반 고흐
미술도 없고 예술도 없었던 미술 교육이었지만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인물이 화가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유식한 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귀를 자르고 초상화를 그렸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는 그저 빈센트 반 고흐라는 화가가 있었구나 하는 정도만 알고있을 뿐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라 불리우는 세계미술사의 지울 수 없는 화인. 현재 그의 작품은 엄청난 가격에 경매되고 있으나 정작 그는 37년의 짧은 삶 동안 지독한 가난에 시달림. 그의 동생 테오가 경제적 지원자였기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음. 1890년 권총으로 자살.
10년 넘게 미술교육을 받았음에도 정작 그림을 감상할 줄 모르는 우리. 영혼의 화가 고흐를 몰랐던 나. 미술 감상은 고사하고 예술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을 사치, 혹은 고상함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하긴 경제적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예술은 곧 사형선고일테니 그 상황이 이해되긴 한다. 그래도 잠깐 짬을 내서 호흡을 고르고 빈센트 반 고흐라는 예술가와 대화를 나누어보자.
예술의 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고흐가 동생 테오와 동료인 고갱 등에게 보낸 편지를 옮긴 것이다. 그렇다고 그 편지들은 단순한 안부를 묻는 편지가 아니다. 고흐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되는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등등이 편지의 내용이다. 하기에 우회적인 경로가 아닌 고흐의 입을 통해서 그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들을 수 있다. 오늘날 마르크스가 존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엥겔스가 있었듯이 고흐에게도 동생 테오가 있었기에 영혼의 화가가 되었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이 책 대부분은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들이다. 고흐는 경제적인 모든 지원을 테오에게 의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사상적 변화 추이를 언제나 테오에게 상담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경제적 문제인 것 같다. 책 속의 고흐는 언제나 가난한 자신을 이야기하며, 화가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그림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를 갈구한다. 그러나 아무리 배가 고파도 예술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고흐는 세상을 표현하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즉 완벽한 예술적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언제나 고뇌하고 그것에 알맞은 색을 찾으려 노력한다. 예술은 천부적 재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끊임없는 관찰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고흐는 말하고 있다. 고흐가 생각하는 예술은 인간의 감정과 혼이 깃들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 언제나 상황과 본질에 적합한 색을 조합하기 위해 고뇌했다. 그러면서 화가는 그리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영혼을 표현하는 사람이라 이야기한다. 고흐가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을 때 평생 자신을 도와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를 먹여 살리느라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마지막 '내 영혼을 주겠다'라는 고흐의 말은 그의 삶과 예술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가한다.
예술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두 가지에서 행복했다. 하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감상이었다. 책 속에는 많은 고흐의 작품사진이 담겨있다. 특히 작품사진이 편지 내용과 일치하게 배치되어 있기에 그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의 화가 화보집을 본적이 없었는데 그것을 처음 경험했기에 그 풋풋한 생소함에 행복했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연 예술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다. 아마도 그런 고민을 본격적으로 했던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 예술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미술 감상도 하고 음악 감상도 하며 살아야겠다. 알게 모르게 이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된 것은 이런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