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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마음속에 담아두는 일이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은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무 뒤에 숨어서 그 사람을 지켜보는 내 모습에 만족한다. 그리움을 가슴에 묻을 수 있음에 만족한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을 사랑한다' - <파페포포 메모리즈> 중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저마다 눈물겹도록 그리운 사람을 가슴속에 품고 있으며, 그 사람 때문에 혼자 베갯잇을 적시며 하얗게 보낸 밤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 아니면 단 하루도 살지 못할 것 같았고, 그 사람 마음 수없이 아프게 했던 것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땐 그랬던' 시절이다.
그 땐 그랬지하던 시절은 어느덧 휑하니 지나갔고,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런거지라고 심드렁하게 내뱉는 시절이 되었다. 사랑할 사람이 없어서 사랑을 못하는 게 아니라, 사랑의 감정이 어느덧 사라져버려 사랑을 못하는 것이다. 안보면 미쳐버릴 것 같고, 보면 보는 대로 애가 달았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니,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랬던 내가 그립다.
단순한 그림과 짧은 이야기로 만들어진 책 『파페포포 메모리즈』을 읽으며, 중간중간에 책을 덮고 한숨을 쉬고 잠깐 동안 눈을 감으며 시린 가슴을 쓸어내렸던 건 그 시절, 그랬던 내가 너무도 그리웠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사람 아프게 했던 죄책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