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남쪽 바다 - 한승원 중단편전집 5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해변의 길손」을 통해 처음 한승원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임철우를 통해서, 곽재구의 글에서 한승원이 토굴을 만들어 그곳에서 생활하며 글을 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승원은 집요하리만큼 바다가 있는 자신의 고향에 대한 글을 쓴다. 『내 고향 남쪽 바다』에 수록된 여러 단편들의 배경은 모두가 바닷가 마을이고, 주인공들의 대부분은 그곳에 살고 있는 질펀한 어부들과 농부들이다. 이런 바닷가 마을과 그곳의 사람들은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묘사되었다가 저마다 시린 생채기가 몸에 남아있는 아픔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한승원의 고향마을에 대한 집착은 고집이나 편집증이 아닌 애정이다. 자신의 주변만을 그리는 작가는 작가적 자질이 없는 거라고 어떤 이는 말했지만, 한승원의 그것은 더욱 짙어는 사랑과 예술적 승화임을 그의 책은 보여준다.

「내 고향 남쪽 바다」의 주인공, 다른 이에게 언제나 웃어주고, 허투루라도 상대방 기분 좋은 말들을 쏟아내고, 남의 일을 자기의 일처럼 도와주고, 마음 아픈 일이 있어도 끝끝내 일어나 다시 다른 이들의 마음 훈훈하게 해주는 덕담을 풀어내는 그 주인공은 성석제의 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황만근과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가상의 인물이 되었다.

어쩌면, 한승원이 계속해서 자신의 고향이야기를 쓰는 것은, 자신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이 실재의 세상에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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