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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강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0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정희의 『유년의 뜰』은 화자의 대부분이 여자이고 1인칭 시점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사건과 상황을 중심으로한 작은 서사구조가 있다. 내가 다시 오정희의 책 『불의 강』을 들었을 땐 그런 『유년의 뜰』과 비슷한 것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화자가 1인칭이라는 것은 비슷하였으나 남성이 주인공인 것도 있었으며, 사건 중심의 서사 보다는 상황 중심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은 일정하게 독백으로 채워져있으며 비루하고 벗어나고 싶은 '일상'이다.
답답하고 욕구불만으로 채워진 현실의 독백이라고 하면 과한 것일까. 『불의 강』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일탈과도 같은 것을 꿈꾼다. 이런 것들이 현실과 상황을 담담하게 조망하고, 자신의 주변을 성찰하게 하기도 한다.
다만 나 자신이 그런 이야기들에 익숙치 못하며, 서사구조가 없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래서 『불의 강』을 읽는 시간은 지루할 정도로 오래 걸렸고, 내용 또한 지루하게 다가왔다.
내 흥미를 고쳐야 할까, 아니면 내 흥미에 맞추어 글을 읽어야 할까. 전자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흥미에 맞추어 글을 읽기에는 내 경험과 독서량은 부족하며 지식 또한 협소하다.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편식에 가까운 내 글읽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