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경제활동을 한다하더라도, 새벽에 나가 좆뺑이 치고 저녁에 피곤한 몸으로 들어오는 하루하루라 하더라도 한달이 넘도록 책 한 권 읽지 않았다는 건 정말 너무했다. 그것도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그랬다는 건 정말 심했다. 밤이면 밤 마다 무엇을 했기에 그동안 책을 읽지 않았는지... 무지 창피하다. '영화와 소설'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영화 감독을 중심으로 발표하는 작가론 수업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발표하게 되었고, 그 주제는 '이창동의 영화세계'였다. 이창동은 감독이 되기 이전에 소설가였다. 좋은 발표를 위해 그의 소설도 읽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90년대 초반에 발표된 이 책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운동'과 관련있는 이야기들이다. 일반 민중이 투사가 되어가는 이야기, 좌익 아버지의 알 수 없는 행위, 수배자가 되어 도망다니는 동생, 탄광촌으로 가 레지가 된 여학생. 이런 이야기의 단편들은 운동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외에 이창동씨의 개인적 경험처럼 느껴지는 공통점도 있다. 특히 '진짜 사나이'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경험을 그냥 옮겨놓은 듯 하다. 그리고 '용천뱅이'는 좌익이었다는 이창동 아버지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 이렇게 단 두편의 영화로 우리나라 리얼리즘 계보를 잇는 대표 감독으로 평가받는 이창동. 그의 소설도 영화와 같이 리얼리즘에 기초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 긴박되어 파괴되어 가는 존재를 그린 이창동 영화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창동의 『녹천에는 똥이 많다』 또한 그러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지만 그보다 더 강한 질문,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를 독자에게 던진다. 기억과 경험에서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쁜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잘 살 수'을 있을까. 시간과 공간의 비루함을 넘어서 인간은 이상을 간직하며 살 수 있을까. 수 많은 질문이 던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