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밀밭의 파수꾼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비록 일시적인 현상으로 머물지도 모를 일이지만, 내 독서 편향에 변화를 주었다. 우선, 그처럼 나도 외국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첫 시작으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다.
외국작품에 문외한인 탓에 샐린저의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아왔고, 좋은 작품이라 평가받은 것도 알지 못했다. 하긴, 사실 샐린저라는 이름도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다. 많은 사랑과, 좋은 평가가 있었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찾은 병원 의사가 말했듯이 '정답을 모두 알고 시험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조숙하게 보이는 16세 홀든 콜필드가 네 번째로 학교에서 쫓겨나 3일 동안 뉴욕을 헤매이며 경험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청소년이 그 순수한 시선으로, 자신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세상의 모습, 그리고 어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것들은 언제나 위선적이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런 세계와 어른에게 적응하지 못한 콜필드는 언제나 비웃고 조롱할 뿐이다.
그런 콜필드의 꿈은,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에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그의 꿈이 호밀밭의 파수꾼이기에 책 제목을 그렇게 정했나보다. 솔직히 난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의사의 말처럼 정답을 모두 알고 보는 시험처럼 시시하고, 하나도 재미없었으며, 별 흥미도 없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유치하다고나 할까.
이런 류의 성장기 소설, 혹은 순수 소설이라면 차라리 『어린왕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낫다. 어쩌면 그런 글을 읽고 나중에 이 책을 읽어서 그토록 재미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내가 이미 콜필드가 바라본 위선적인 어른이 되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