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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이윤기 외 대담 / 민음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잊고 싶은 삶, 지키고 싶은 삶. 그리고 끝내 살아야 할 삶의 이야기.>
이 책은 대담집이다. 우리네 일상의 삶 속에서 등장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가지고 그 분야의 사람들이 대화를 나눈 것을 옮긴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일상의 주제'들은 가볍거나 지나치게 시사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무거울 수 있고 또 어려운 주제들이기도 하다. 현상을 넘어 그것의 모태가 되는 본질과 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가볍고 쉬운 것만을 추구하는 우리에겐 정말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은 그리스·로마신화에서부터 포켓몬스터까지, 그리고 돈에서부터 예술과 문학을 비롯한 보편적 가치로써의 이성까지 풍부한 주제를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통된 것은 각 분야의 사람들이 그 분야를 걷게된 배경이야기지만, 주된 이야기는 반성 없는 우리의 삶에 대한 성찰이다.
신화 속에서 인간의 질서를 읽어내고, 자연과 인간을 탐구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헌책방과 인터넷 서점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독서문화를 이야기하고, 포켓몬스터와 산해경을 다루면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말하고, 시, 음악, 문학, 미술을 논하면서 진정한 예술에 대한 고민...
세계화와 자유화가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교환가치라고는 전혀 없는 이런 대화를 마냥 세상의 눈으로만 본다면 그야말로 가치 없는 소모적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돈으로만 살 수 없는 법. 하기에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런 것들을 찾아야 한다. 어차피 인간은 끝내 살아야만 하고 숨쉬고 있다면 진보의 길을 가야한다. 그 속에서 진정 지켜야 할 것들은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좀더 깊이 보고 멀리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깊이는 있으나 길이 아쉽구나...>
이 책은 진지한 대화 속에서 본질적인 문제들을 고민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은 책은 분명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무식을 원망했고 짧은 고민과 독서를 한탄했다. 그래서 두 주먹 불끈 쥐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자 마음먹었으니 이것도 얻은 것이라면 얻은 것이다.
그러나 내 무식이 현명한 판단을 흐리게 했기 때문일까? 도저히 이해하려 해도 할 수 없고,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있다. '90점이 아닌 70점짜리 문학은 가라'라는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이문열이라니... 문학인이라고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문열이 문학의 깊이와 위상을 말하다니... 참 웃긴일이다. 그리고 연봉 수십억을 받는 사람이면 돈에 대해서 논할 자격이있는가. 왜 돈을 이야기하며서 휠라 코리아 사장이 등장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옥의 티라면 나는 이 두 인물의 등장을 뽑는다. 티는 티 나름대로 봐줄만한 면이 있으니 티로 존재하는 것 일게다. 하기에 나도 내 주관적인 불평불만으로 이 책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을 성찰하는 책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가야할 길 그리고 나의 무식을 돌아보게 해준 책이었는데 어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