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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위에 우리가 있었다 -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의 기억과 흔적을 찾아 일본을 걷다 19100829-19450815
이재갑 지음 / 책숲 / 2026년 8월
평점 :
그 길 위에 우리가 있었다 — 이재갑
이재갑 사진가가 30년 동안 걸어온 길을 따라가다 보니, 그곳은 아름다운 풍경만 남아 있는 곳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젊음이 빼앗기고, 가족과 고향을 잃고,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사람들이 살아냈던 그들이 이야기가 있었다. 사진 한 장과 장소 하나가 갑자기 무거운 질문이 되어 나에게 묻는다.
가장 마음에 오래 남은 곳은 후쿠오카 조세이 해저탄광이었다. 1942년 갑작스럽게 바닷물이 들어와 183명의 광부가 희생되었고, 그중 136명이 조선에서 강제 동원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들의 유해가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들은 얼마나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역사는 지나간 일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토로 마을과 히로시마의 한국인 희생자들, 오키나와의 도카시키섬을 지나면서도 같은 마음이 이어졌다. 특히 아름다운 휴양지처럼 보이는 땅 아래에 강제 동원과 학살, 위안부 피해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내가 역사와 장소를 얼마나 겉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가장 오래 생각한 사람은 사진 속 이름 없는 희생자들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30년 동안 그 길을 묵묵히 걸으며 그들의 흔적을 찾아온 이재갑 사진가였다. 더 아름답고 편안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은 곳으로 걸어갔다. 묘지를 찾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라질 뻔한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나는 그 모습에서 오늘날의 독립운동가처럼 느껴졌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 그것 또한 역사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오늘은 광복절이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휴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고 나라를 되찾고자 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날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아이를 바라보며 부모의 책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연도와 사건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의 희생 위에 놓여 있음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와 함께 태극기를 달았다. 그리고 함께 기념관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아직 차가운 바닷속과 땅속에 남아 있는 분들을 언젠가는 고향의 흙을 밟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과거를 기억하는 일은 뒤를 돌아보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어디로 걸어갈지를 정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 길 위에 그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나 역시 그 길 위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게 전할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재갑 사진가가 30년 동안 걸었던 길을 이제는 나도 마음으로 함께 걸어보려 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기억하는 것, 말하는 것, 아이에게 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다시는 잃지 않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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