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행성 은하늑대 사계절 그림책
심보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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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을 찾아내는 최첨단 안테나 덕분에 당근이 가득한 토끼행성에 오게 된 은하늑대가 있다. 늑대는 토끼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나름대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토끼에게는 늑대의 시퍼런 손톱과 날카로운 이만 보여 저절로 식은 땀이 흐른다.


늑대의 행동을 위협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는 토끼의 모습과 늑대가 무서워서 슬슬 피하는 토끼의 행동을 수줍음과 친절로 생각하는 늑대의 모습에서 오해가 빚어내는 상반된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살기 위해서 당근을 몽땅 내어준 토끼는 늑대의 우주선을 훔쳐서 달아나려고 하고, 이를 모르는 늑대는 친절한 토끼에게 최첨단 안테나를 선물해 주기로 한다.



같은 상황을 두고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토끼와 늑대를 보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웃음이 난다. 한편으로는 작은 편견이 오해를 부르고 점점 커지기만 하는 오해 때문에 사이가 멀어지는 관계가 안타깝다. 늑대와 염소가 친구가 되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소중한 우정을 지켜나가는 '가부와 메이 이야기' 폭풍우 치는 밤에와는 다른 결의 진행을 보인다.


늑대가 남기고 간 안테나 덕분에 행성을 지키려는 토끼에게 은하늑대들이 몰려온다. 그렇게 토끼행성을 찾은 늑대들 속에서 소심한 토끼가 심장마비를 일으키지 않고 두려우면 두려운 대로 감정을 이야기하고 보기와 달리 귀엽고 소탈한 늑대의 진심을 보아준다면 좋겠다. 누가 아는가. 몰려온 늑대들이 토끼행성에 당근밭을 열심히 갈아주게 될런지....


은하늑대의 최첨단 안테나 꽃이 맛있는 것을 찾아낸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만약 내가 살아가는 행성에 나만의 안테나가 있다면 나는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지 내가 찾아낸 곳에는 무엇이 있고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 상상해 보는 시간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림책을 읽고 뒷면의 저자 소개를 보니 집에 있는 책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식당 바캉스, 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 깊은 밤 필통 안에서, 기뻐의 비밀등 내가 좋아하는 책들 속에서 작가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 심보영 작가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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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약이 되는 약 이야기 반갑다 과학 1
배현 지음, 신병근 그림 / 사계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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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약국에서 별생각 없이 약을 사다 먹다가 약의 성분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코로나 백신 때문이었다. 코로나 백신의 후유증 완화 및 예방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가 효과가 있다는 말에 타이레놀이 품절이 되었다. 그러면 약국에서는 이것도 같은 성분의 해열진통제라면서 다른 이름의 약을 권하는데 나도 모르게 성분 표시를 알리는 작은 글씨들 속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말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타이레놀이든 버물리든 키미테든 이러한 이름들은 약을 만드는 회사가 붙인 상품명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알면 약이 되는 약 이야기는 약에 관한 이러한 소소한 생각들을 다시 확인하고 약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결해주며 우리가 놓치기 쉬운 약 복용 시 주의할 점에 대해 알려준다. 책은 크게 1, 2, 3부로 나뉘어 있 는데 1부는 약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 2부는 약의 다양한 생김새, 3부는 이럴 땐 이런 약을 먹어요,를 주제로 약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약의 형태와 효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각 장마다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글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내게 매우 생경했던 것은 진경제라는 이름의 약이었다. 평소 배를 쥐어짜거나 쿡쿡 찌르듯이 아픈 통증을 달고 사는 나였지만 이럴 때 먹는 약도 진통제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통이나 생리통 등에 쓰이는 것이 진통제이고 경련성 복통을 막아주는 약은 진경제로서 긴장해서 뻣뻣하게 뭉친 근육을 느슨하게 풀어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다음 한강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는데 위경련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에 대한 글에서 진경제라는 말을 발견했으니 이 반가움이 어찌 크지 않으리오^^ 나는 이럴 때 몇 배로 행복해진다.)


약국에서 어린이들에게 항생제를 줄 때 증상이 완화되더라도 끝까지 먹으라는 주의사항을 매번 덧붙이는 모습도 떠올랐다. 통증 유발 물질이 뇌에 있는 온도 조절 장치에 작용해 체온을 높여 발열 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타이레놀에 있는 진통제 성분을 통해 통증 유발 물질을 줄여 체온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알았다.


오늘도 머리를 쥐어 짜고 한숨을 몇 번이나 몰아쉬다가 늘 그렇듯이 마지막에 주문을 외듯 말한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을 편안히 갖자.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 우리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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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뿌는 준비됐어! 달고나 만화방
박윤선 지음 / 사계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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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뿌는 준비됐어라니 무엇이 준비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읽어보니 뿌뿌는 열심히 놀 준비가 되어있는 반려견의 이름이었다.

안또낭과 그의 강아지 뿌뿌, 안또낭의 친구인 조에와 라울은 모든 순간 모든 걸 함께 하는 친구들이다. 친구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아파트가 빽빽하게 늘어선 대도시가 아니라 흙냄새랑 풀냄새가 폴폴 풍겨나는 정겨운 곳이라서 왠지 포근하게 느껴진다.


친구들은 뿌뿌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흙, 돌멩이, 나뭇가지, 꽃으로 생일 케이크를 만든다. 생일을 맞은 뿌뿌의 소원이 작은 꽃들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라서 그 소박함에 풋풋해진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생일을 축하해 주는 그 마음이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 본다. 어릴 때 말도 안되는 것들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던 소꿉놀이가 마냥 좋았지 싶은게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을 소환한다.


뿌뿌와 친구들은 길에서 우연히 주운 열쇠로 마법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하고, 한밤중에 집안의 물건들과 함께 몰래 밖으로 나가 눈밭에서 뛰어놀기도 한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토끼를 따라가면서 시작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지나가고, 킹스크로스역의 비밀 승강장에서 마법 학교로 이어지는 해리 포터도 지나간다. 혼자 있을 때면 동무 삼아 이야기를 나누던 커다란 곰인형이 정말 살아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던 순수한 내 모습이 나 혼자만의 상상이 아니었던 듯 토이스토리 영화가 무한 반복되기도 한다.


학교에 가기 싫은 안또낭은 뿌뿌를 학교에 보낸다. 그런데 조엘과 라울을 비롯한 다른 모든 친구들도 누군가를 대신 보내는 바람에 서로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조금 특별한 학교가 된다. 심지어 닭을 학교에 보내고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에 안도감을 느낀 선생님도 등장한다. 나도 모르게 박카스 광고가 떠오르면서 직장인들의 마음에 공감이 된다.


뿌뿌는 준비됐어는 얼핏 보기에 강아지와 아이들 사이의 따뜻한 마음을 여러 가지 주제를 통해 그려낸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국경을 너머 문화의 차이를 딛고 우리 모두의 공통된 마음을 담아낸 책이다. 장과 장 사이에 있는 길찾기와 사다리 타기 등의 재미있는 활동들이 낯설지 않고 주제에 맞는 활동으로 잘 이어져 있는 점도 좋다. 뿌뿌는 언제든 준비되어 있으니 친구들과 함께 하는 모험의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한 무궁무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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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마법사 ㉠ :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가느다란 마법사
김혜진 지음, 모차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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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기만 해도 신비로운 느낌인데 차례를 보고 나면 치르치르뾰롱뾰롱이든 이미 만화 속 주인공처럼 마법 주문에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그래서 구성이 독특하다 싶은데 가느다란 마법사는 짐작이 가지만 아주 착한 타파하는 도대체 무엇인가 싶다.


마법을 배우고 싶었던 아이는 마법 학교의 마법의 방에서 가느다란 실, 얇은 그림자와 거미줄, 눈송이를 닮은 솜털과 민들레 씨앗 등을 보게 된다. 그렇게 자기에게 어울리는 가느다란 마법을 발견하고 배운 아이는 졸업을 하고 나서 갓 졸업한 마법사를 위한 작은 방에 도착한다. 그 방에서 스스로 마법을 부리며 투덜거리기 좋아하는 이상한 종이-책도 만나고 참새들로부터 동네 골목에 자리한 향나무의 기이한 생장에 대해 듣게 되면서 가느다란 마법사의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된다.


추운 겨울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나무에는 그것을 키우려는 누군가의 소망이 깃들어있었다. 소망의 주인공은 바로 서리였다. 아름답고 새롭다는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서리. 그 서리는 봄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왜 자신을 가장 먼저 녹여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인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맞서 싸울 수 있기를 바랬다. 자신의 소망을 불어넣은 나무를 키우고 또 키워서 햇빛 한 줄기조차 용납하지 않도록 지키면서 말이다. 그동안 먼지뭉치는 서리의 소망을 나무에 부어주고 있었다.

 

(130) 아무리 추운 날에도 땀이 날 만큼 뛸 수 있고, 아무리 시린 공기 속에서도 거침없이 웃어 대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의 온기가 이른 봄처럼 찾아와 서리를 눌렀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아이들의 온기를 이용하여 서리를 녹이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서리는 소망이 욕심이 되면 스스로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된다’(107)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일까. 그토록 아름다운 봄이 돌아올 수 있는 이유는 서리가 만들어 놓은 물길을 타고 땅속의 온갖 씨앗들이 싹을 틔워 올리기 때문이었는데...... 서리의 잘못된 소망이 주변을 얼어붙게 하면서 동네 사람들과 가느다란 마법사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107) “적이라니...... 어쨌든 가느다란 마법에서는 그래. 하나처럼 보이는 마음도 사실은 여러 갈래가 섞여 있거든. 제일 크고 눈에 띄는 것에만 집중하면 다른 걸 못 봐. 큰 목소리 말고 작은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하지만 가느다란 마법사는 빈틈없이 꽁꽁 얼어붙은 서리에게서 가느다란 틈새를 발견한다. 겉으로 드러난 서리의 차갑고 고집스러운 마음에도 틈이 있었고’(139) 봄과 싸우기보다는 봄을 만나고 싶어 하는 서리의 기다림과 봄에 싹틀 씨앗에게 만큼은 해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은 서리의 따듯함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 서리는 녹고 검고 부드러운 땅만 남았다.


첫 번째 임무를 마친 아이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1학년 교실 창문밖에서 참새가 따라 배우는 한글처럼 가나라다마바사 가느다란 마법사는 도서관에서 탈출하여 따라온 제목 없는 종이-책에게 아자차카타파하 아주 착한 타파하라는 제목을 붙여준다. 그리고 먼지뭉치에게는 쓸모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기를 바랬던 먼지뭉치의 마음이 서리의 소망을 돕고 마법사를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가느다란 마법사가 지닌 능력 중 가장 뛰어난 것은 눈에 띄지 않아 자칫 지나치기 쉬운 것들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온갖 무용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에게서 숨겨진 가치를 발견해내는 것이다. 이것이 마법이라면 우리 모두도 가느다란 마법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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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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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 빅이슈의 편집장이 저자의 책 후아유에 대한 서평으로 우리는 이런 책을 만나기 위해 독서를 한다라고 썼다는 부분이 있다. 나는 사회활동가로 오랜 시간동안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쏟은 저자의 이름을 처음 알았고, 그래서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더더욱 없었지만 사물에 대해 쓰려했지만을 읽고서 우리는 이런 책을 만나기 위해 독서를 한다는 편집장의 말에 크게 동감했다.

 

저자는 사물에 대해 쓰려했지만 사물이 기억의 문을 연 순간 그안에서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구성도 식탁 위의 얼굴, 울타리 너머의 얼굴, 길 건너의 얼굴 등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식탁 위의 얼굴은 너무나 익숙해서 오히려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 안에서의 보이지 않는 지지와 돌봄을 돌아보고, ‘울타리 너머의 얼굴은 지역공동체로서 이웃이 지닌 가치와 역할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길 건너의 얼굴은 인간의 과오가 빚은 재난이 개인의 역사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선 사회국가적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를 잃고 나서,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고 다짐했지만, 다시 또 누군가를 잃고 나니, 내가 얼마나 사랑에 인색한 사람이었는 지를 깨달았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삶의 궤적들이 내 오해와 상상으로 다져진 곳도 있었다. 나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의 행복까지 재단할 수는 없을텐데 나는 지독한 편견 덩어리이지 싶었다. ‘언제나 있었던 것, 그래서 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흔적을 남긴다.’(51)는 사실을 전에도 알았는데 그새 잊었다.

 

삶을 기차 여행에 빗댄 신부님의 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컸다.

 

(237-238) 기차에서 만난 승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함께 간다면, 서로 사랑하고 도와준다면, 그건 참 좋은 여행이 될 겁니다. 이 여행의 신비는 우리 자신이 언제 어느 역에서 내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가장 좋은 모습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어떤 것은 잊어버리고, 용서하고, 맞춰 나가고, 우리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나눠 주면서 말입니다. (함제도 구술, 선교사의 여행, 카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2020.)

 

내게 감동을 준 책들이 많이 있었지만 신영복 교수의 더불어 숲을 읽고 또 읽었던 오래전의 그 기억과 마음에 자꾸 겹쳐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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