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물론 비트세대가 패배의식에만 젖어 있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들은 비록 신념을 상실하고는 있었으나, 패배의식을 초월해 자아를 탐색했고 특히 자신과 타인과의 진실한 관계에 가치를 부여했다. 더 나아가, 비트세대는 언제나 비록 찰나적이기는 했지만 진실과 대면하고자 노력했으며, 자연이나 사람들을 조종하거나 지배하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존재의 도도한 흐름에 몸을 맡기는 편을 택했다. 비트세대가 동양의 선불교 사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했던 이유의 배경에는 바로 그와 같은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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