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딥 워크 -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7년 4월
평점 :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을 한동안 애청했다. 프로그램에서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을 들른 정재승 박사는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청년몰의 모토를 보고 워라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워라밸이란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사이의 신조어다. 청년들은 근무환경을 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써 워라밸을 꼽는다. 워라밸은 사회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런 균형을 위해 정부와 기업에서 제도적인 측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이를 가꿀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나는 그에 대한 방안으로 칼 뉴포트의 책 『딥 워크』를 권한다.
'딥 워크', 즉 심층적 작업이라는 용어는 칼 뉴포트가 직접 만든 용어이다. 우선 그가 내린 정의를 살펴보자.
딥 워크Deep work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 딥 워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능력을 향상시키며, 따라하기 어렵다.
그는 집중하는 상태, 몰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딥 워크는 시간의 효율성과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며, 기록적인 성과를 가져다 준다. 칼 뉴포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시대에서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새로운 지식들을 빠르게 습득하여 살아남는 방법은 딥 워크에 전념하는 것이라 말한다. 딥 워크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왜 딥 워크인가>에서는 현재 딥 워크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칼 뉴포트는 사람들이 몰입의 중요성을 간과한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그럴까? 집중해서 일하면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한 점은 우리가 몰입만큼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 즉 주변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을 취해야 한다든지 온종일 업무에 신경을 쏟으며 매달려야 한다는 생각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미 충분한 사례들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조금 우려가 생긴다. 너무 일에만 집착하는 삶이 되진 않을까, 성과주의에 모든 인생을 쏟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그러나 칼 뉴포트는 "이 장의 목표는 딥 워크가 공예의 경우처럼 지식 노동에서도 만족감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는 이를 뒷받침하는 신경과학적 관점, 심리적 관점, 철학적 관점의 논거를 제시한다. 그의 주장은 "몰입하는 삶이 경제적으로 윤택할 뿐만 아니라 좋은 삶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논거들 중에 심리적 관점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칼 뉴포트가 인용한 연구를 통해 조금만 소개해보겠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경험 표집법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육체나 정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일 때 대개 최고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칙센트미하이는 이런 정신적 상태를 몰입이라고 부른다. 여유가 행복을 불러온다는 사회의 통념과는 달리 일을 통한 몰입이 사람들에게 최고의 순간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료한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실제로는 더 즐기기 쉽다. 몰입 활동처럼 일에는 목표와 피드백, 과제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모두는 일에 몰두하고 집중하여 무아지경에 빠지도록 한다. 반면 무료한 시간은 체계가 없어서 즐길 만한 대상으로 구체화하는 데 훨씬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한편 딥 워크를 통해 저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책에 따르면 "(에릭슨이 발표한 계획적 수련에 따른 글을 참고하여) 딥 워크 초심자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집중하는 것이 한계인 반면 전문가는 그 시간을 최대 네 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칼 뉴포트는 오후 5시 30분까지 모든 업무를 딥 워크에 할애하여 끝내고는 저녁시간을 즐긴다. 심지어는 일과가 끝난 뒤엔 업무에 대한 모든 신경을 차단하는 것이 딥 워크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즉, 5시 30분까지 정해진 시간에 모든 업무를 끝내고 저녁시간엔 우리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이상적인 삶인가. 이 정도면 딥 워크가 좋은 삶을 꾸릴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2부 딥 워크를 실행하는 네 가지 규칙>에서는 딥 워크를 잘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행동지침을 서술한다. '몰두하라', '무료함을 받아들여라', '소셜 미디어를 끊어라', '피상적 작업을 차단하라' 이렇게 네 가지 규칙은 단순하지만 쉽게 행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책에선 이것들을 최대한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준다. 물론 저자가 외국인이다 보니 문화적 차이에 의한 약간의 디테일 차이는 있겠으나, 유연하게 바꿔가며 우리 생활에 적용하면 될 듯하다. 물론 실행은 엄격해야 하겠지만.
이 책에는 다양한 성공사례들과 흥미로운 연구들로 가득 차 있다. 개인적인 감상으론, 처음에는 '누가 이걸 몰라?'로 시작했다가, '과연 할 수 있을까?'로, 그리곤 결국엔 '나도 한 번 해볼 만 하겠다'라는 데까지 마음이 움직였다. 특히나 소셜 미디어를 끊는 부분은 평소에 바라던 삶이었는데, 이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몰입에는 쾌감이 따른다. 다른 생각 없이 온전히 집중하여 무아지경에 다다르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눈부신 성과와 성취감. 그뿐만 아니라 딥 워크는 일과 삶을 분리시켜 당신에게 농도 짙은 여유를 만끽하게 해줄 것이다. 말 그대로, 딥 워크가 딥 라이프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칼 뉴포트가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인용한 위니프리드 갤러거의 말로 이 글도 마치겠다. "나는 집중하는 삶을 살 것이다. 그것이 최선의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