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독특해서 내용이 어떻까 관심이 가는 책이다.
저자 그레이스 M. 조는 뉴욕 시립 스태튼아일랜드 대학 사회학 인류학 교수이다.
상선 선원이었던 백인 미국인 부친과 기지촌에서 일하던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에서도 차별을 겪고, 아버지를 따라 떠난 미국에서도 소외된 삶을 살아왔다.
어머니와 함께 한 세월을 돌아보며 펴낸 작품으로2022년 아시아 태평양 미국인 도서상을 수상했다.
딸이 회고하는 어머니의 생애는 많은 것을 알 수는 없다.
자신이 숨기고 싶었던 과거를 정확하게 자식에게 알려주지 않은 탓에 짐작하기만 할 뿐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린 여성이 돈을 벌기위해 기지촌에서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은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거기서 벌어온 돈은 사용하면서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드러낸다.
일하다가 만난 나이 많은 백인 미국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도피하듯 떠나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떠나온 미국의 시골 마을 워싱턴주 셰헤일리스에서도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을 겪게 된다.
한인 이주 여성의 삶은 기구하기만 하다.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민 여성의 고뇌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려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중 1986년 저자가 열 다섯 살 때, 어머니는 변하기 시작한다.
조현병이 발병하며 섭식을 거부하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의 제목인 '전쟁 같은 맛'은 한국전쟁 시기에 미군에게 보급받았던 탈지분유를 뜻한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수많은 한국인에게 복통과 설사를 안겨주었다.
그 이후 저자가 30대가 되자 엄마는 딸을 요리사로 받아들이고, 할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을 가르쳐 준다.
아버지와 아들은 엄마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딸은 학교 도서관에서 정신질환 책을 뒤지고 엄마가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을 알리자 돌아온 것은 비난과 포기를 강요받는 것이었다.
이후 며느리가 조현병으로 인지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하지만 병세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여러 사건의 소용돌이에서 절박하게 매달려 학문적 성취를 통해 한의 기원을 알아내려고 노력한 저자의 기록이 펼쳐진다.
엄마의 죽음 후에 상실의 슬픔을 토로하는 부분에서 가슴이 아프다.
그 이후에 저자가 겪으면서 느낀 엄마의 인생에 대한 고찰이 이어진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한 가족의 방황과 그에 대한 단상이 깊이 있게 다가온다.
현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인종 갈등 또한 독자들이 느낄 수 있다.
조현병이라는 원인을 알기 힘든 병을 앓고 있는 엄마를 둔 딸의 심정이 절실하게 와닿기도 한다.
자라기도 전에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의 심정이 안스럽고, 자신을 놓아버린 엄마의 삶을 되돌아보며 연구를 계속하는 학자로서의 저자 모습이 보인다.
한 시대를 차지한 가족 서사를 살펴보는 시간이다.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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