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오사무의 청춘

다자이 오사무×청춘 ㅣ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다자이 오사무의 靑春

두권의 청춘을 읽어보았다.

먼저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

책의 구성은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난 단편을 좋아한다. 빠르게 진행되어 이내 결론을 알게되니, 읽는 내내 안달복달하지 안하도 되니 좋고, 여러날에 걸쳐 읽어도 중간에 새로 읽는데 어려움이 장편보다 덜해서 좋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개똥벌레 단편집과 이상의 권태라는 수필은 너무도 재밌게 읽은터라 다자이 오사무의 모던시대의 이런 느낌의 단편집이 무척 기대되고 반갑게 느껴졌다.(물론 시대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어두움이 있는 시기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오랜만에 이십대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다음과 같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어릿광대의 꽃

한심한 사람들

등롱

우바스테

여학생

젠조를 그리며

달려라 메로스

부끄러움

기다리다

금주의 마음

생각하는 갈대

첫 이야기인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시작 부터가 재밌다.

주인공의 일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진행한다. 보증금부터 시작하여 월세 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 세입자 세이센과의 속터지는 일화를 말해준다. 보증금을 그렇다 치고 월세라도 받기 위해 내내 그러나 나름의 예의를 갖춰 대하는 집주인이게 세이센은 오늘도 자연스레 월세를 내지 않고 미루고 넘어간다. 읽는 내내 세이센이라는 사람이 잔잔하게 얄미웠다. 일상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

책 표지에 삽입된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거야’ 이 문구는 [우바스테]에 나오는 대사이다.

가즈에와 기시치의 자살 시도 이야기. 무엇이 그렇게 괴로웠기에, 그 둘은 그토록 자살을 시도한 걸까. 결국 가즈에와 기시치의 각자의 선택은....

15장 정도로 쓰여진 이 이야긴는 15장 내내 그늘이 느껴진다. 바닥까지 간 느낌, 자살을 하려 자살전의 다양한 의식과도 같은 행위들... 읽다보면 과연 죽음까지 갈 생각은 있긴했었을까 싶고, 심리 묘사와 대사로 어둠의 어둠을 이끌어 가는 이야기이다.

나도 그 상황에 같이 빨려들어 가 있는 정도의 순간순간의 표현들이 겉돌지 않고 내게 스며들기까지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고, 아이러니하게도 가끔 이렇게 전체적으로 그레이한 느낌의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내 삶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히 쓴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