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채소를 베란다에 키우고 있는 바키의 채소밭으로 유명한 박희란씨의 이야기가 동화책으로 나왔다. 와인 소믈리에는 들어봤지만 채소 소믈리에로 본인을 소개한다. 좋은 채소를 맛있게 올바르게 먹자는 취지가 마음에 든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국제환경기구 그린크로스 추천도서이기도 하다. 생태와 환경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의 동화책도 한두권씩 그 종류가 늘어나는 건 너무나도 다행스런 일이다.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건 그만큼의 실수를 줄일 수 있기에... 이사를 하면서 텃밭을 가꾸지 못하게 되어 그냥 포기만 했는데 이렇게 베란다에 채소밭을 가꿀 수 있다는 생각을 그동안 왜 못했을까? 동화 속의 아이가 너무나도 해맑게 방울토마토 화분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기만 하다. 그녀의 생생한 경험이 글 속에 녹아나 있어 아이뿐 아니라 나에게도 귀중한 정보를 전해준다. 그런면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책장을 넘기면 나와있는 <교과연계과정>, 단행본마저 이렇게 교과와 연관지어 출간이 된다는 건 조금은 안타깝기만 하다. 교과연계가 떨어지면 그만큼 부모의 책 선택에서 밀릴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독서를 하면 안될까? 꼭 학습능력을 올려야 할까?' 관계없는 나로서는 안타깝지만 그걸 바라보는 부모에게는 이렇게 나오면 더욱 편하게 독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니 좋을 수도 있겠지. 하여간 교과연계 표시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부담없이 동화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소망 아이들은 표지 속의 주인공, 도연이가 너무 귀여워서인지 책에 대한 호감이 높다. 쭈욱~ 살펴보니 동화와 그와 연계된 베란다 채소밭 가꾸기의 tip들이 중간중간 섞여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이 혼자 읽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구성이 좋을 수 있지만 내가 읽어줄때는 동화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차라리 부록 식으로 한꺼번에 나왔다면 아이들에게는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점이 아쉽다. 물론 바로바로 궁금증이 해소되는 편리함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식습관 관련 책이 많이 나오고 텔레비젼에서는 특집으로 편성될 정도로 아이들의 편식이 심화되고 있다. 인스턴트나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가는 반면에 너무나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다양해져서인지 오히려 몸에 좋은 채소는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집의 식탁도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점차 채소를 줄이고 있지 않은지 반성이 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기가 키우고 가꾼 것에 대한 소중한 생각을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기에 요즘 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베란다를 텃밭으로 만들어 채소를 키운다면 식물을 소중하게 기르는 것은 물론 채소도 즐겁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나 역시 땅을 쉬~ 밟지 못하는 도시속의 아파트에 살면서 여기의 정보를 중심으로 바키의 블로그도 방문해서 봄에는 우리집의 베란다를 작은 채소밭으로 꾸며보자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이 책을 읽으니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 꽃과 식물을 키워오면서 자기 것을 소중히 돌보는 모습을 봐왔기에 아마도 이런 활동도 잘 하리라 믿는다. 간단히 허브를 키워서 닭구이 할때 위에 뿌려놓으면 향이 좀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우리 집에서 손수 따서 본인이 씻게 하니 즐겁게 먹었다.
이제 서론을 접고 책 내용으로 들어가면 도연이네 집은 베란다 채소밭으로 오이, 호박, 상추, 대파, 고추 등 갖가지 채소가 자란다. 이번에는 무언지 모르는 씨앗 하나와 완두콩을 엄마와 심어 도연이가 가꾸기로 한다. 씨앗을 심고 기다리는 과정부터 잘 자라라고 달걀 껍데기 가루를 정성껏 뿌려주고 무당벌레와 지렁이를 데려와 채소밭에서 함께 키우는 과정이 그려진다. 어떻게 천연 거름을 만들고 무당벌레와 지렁이는 어떤 도움을 주는지 도연이의 궁금증처럼 우리도 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완두콩과 방울토마토 줄기가 뻗어나가 지지대도 만들어주고 빨리 자기가 키운 방울토마토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빨간 방울토마토 꿈까지 꾸는 도연이... 생명의 신비로움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키운 완두콩밥과 방울토마토 샐러드를 맛있게 먹는 도연이의 표정이 너무나 흐뭇해보인다. 아이가 좋아하는 채소와 거부감있는 채소를 함께 키워 우리의 먹을거리를 더 풍성하게 하고 싶다. 이런 작은 동화가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활력소가 된다는 생각에 너무나 흐뭇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들이니 당연히 채소밭에 관심을 갖고 해보자고 하는 것이 아이들이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