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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 세계를 바꾼 다섯 가지의 위대한 서사
바츨라프 스밀 지음, 솝희 옮김 / 처음북스 / 202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높게 나는 새가 멀리 본다지만 어떤 일에나 대가는 따르는 법. 높게 날면 작게 볼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책 <대전환>은 높은 고도로 거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미시적인 정확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분투가 돋보이는 저작이다. 큰 질문의 그물을 던지는데 답을 찾기 위한 그물망은 촘촘하달까. 줌 인과 줌 아웃을 오가면서 통계학자로서의 강점을 앞세워 다섯 가지 대전환(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을 서술하는 저자의 솜씨는 노련하다.
‘세계가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이라는 가정을 시간 축에 응용한 듯한 방식의 통시적 통계를 통해 대전환의 양상을 꿰뚫는다. 덕분에 통계상의 복합 단위를 여럿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교통량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여객의 수송량을 뜻하는 인킬로(pkm: passenger-kilometer)가 등장한다. 1인킬로는 한 사람의 여객을 1km 운송한 것을 나타내는데 전세계 총인킬로는 1950년 280억pkm에서 2017년 약 7조5천억pkm으로 증가했으며, 2017년의 수치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1000km를 비행하는 것과 맞먹는다.
천만 명 이상이 사는 메가시티는 1950년 전 세계에 뉴욕과 도쿄 등 단 2곳이었지만 2016년 현재 31곳으로 급증했다.
제곱킬로미터(㎢ )당 총인구로 표현되는 밀집도의 경우 파리는 2만명, 뭄바이는 3만명이다. 마닐라는 4만명인데 가장 밀집된 거주지를 기준으로는 5만명을 넘어간다. 이 정도의 밀집도는 제곱미터당 2kg이 넘는 인간 바이오매스(단위 면적당 생물체의 중량, 또는 단위 시간당 단위 면적에 존재하는 생물체의 무게)라 할 수 있으며 그 어떤 포유동물보다 많다.
밀 1kg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농부의 노동력은 1800년 뉴잉글랜드에서 7분이었다면 2000년에는 6초 미만으로 줄었다.
이 같은 통계의 벽돌로 공들여 쌓아 올린 대전환의 양상은 단단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와 관련해 저자는 아무것도 장담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유한한 행성에서, 무한한 성장을 믿는 사람은 미쳤거나 경제학자’(케네스 볼딩)라는 말을 인용하며 “2020년에 우리가 2100년의 세계를 예상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우스운 생각”이라고 일갈한다.
대전환을 논하는 야심에 비추어 볼 때 다소 평이하지만 사실 야심이 클수록 불가피한 결론이기도 하다. 다만 큰 틀에서 비관적 낙관주의를 견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저자는 <팩트풀니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낙관주의가 생략하거나 간과한 ‘선별적 사실 무관심’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살짝 500페이지를 넘는 ‘얇은 벽돌책’ 이지만 농축적인 사실에 기반하고 있어 한 줄 한 줄 파악하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것보다는 큰 그림에 집중해서 일별하고, 주제별로 곱씹어보며 유사 주제의 다른 책과 병독하는 방법이 효과적인 독법일 것이다.
음식들 간에도 서로 흡수율을 높이거나 영양상 보완이 되는 궁합이 있는 것처럼 <대전환> 역시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 등 각 분야별로 한국적 좌표에서 주제를 바라보는 책과 함께 읽으면 흡수력이 높아질 것이다.
최근작 가운데 <인구 미래 공존>(인구), <식량위기 대한민국>(식량), 에너지는 <2050에너지 제국주의>(에너지), 환경은 <지구는 괜찮아, 사람이 문제지> (환경) 등을 함께 읽어볼 만한 병독 목록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