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찌들어 살아온 나는 이번 달, 이번 주, 가끔은 지금 이 시간 이후의 일을 내다보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모든 집의 모든 방을 청소할 때와 동일하게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와 같은 식으로 내 인생을 구분했다. …… 한 번에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하면서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문제들을 해결해나갔다. 이렇게 근시안적으로 생활해온 덕분에 그간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지만, 미래를 꿈꾸기란 불가능했다. ˝ <조용한 희망> 367p 28세 싱글맘의 고군분투기 <조용한 희망>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오래된 격언이 아직도 가능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누구의 인생에도 폭풍우가 닥칠 수 있지만 우산과 비옷을 빌려서라도 버티면 언젠가는 비바람이 그치고 태양이 솟으리라는 믿음을 어떻게 키워갈 수 있을까. 이런 모든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과 더불어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친철할 수 있을까.현재진행형인 스테파니의 분투를 읽으며 우리 주변의 스테파니들을 생각해본다.우리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노동을 빚지고 있는 우리가 서로의 노동에서 이름과 얼굴을 지우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