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세계사 시인선 104
이성선 지음 / 세계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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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성선은 詩人이다>

그의 시들은 고등학교 시절, 나로 하여금 더욱 더 책에 빠지고 시를 가슴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빈 산이 젖고 있다'라는 1991년판 시집을 아주 오래도록 즐겨 읽곤 하면서.. 그렇게 나는 성장했고,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 진해 김달진 문학제에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문학제에 참가했다가 내가 앉은 곳에서 좀 떨어진 앞 자리에 이성선 시인이 와서 앉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눈빛은 시집 속 사진에서 사람 편안히 만들어주는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다. 웃고 있지 않아도 웃고 있는 눈. 그는 내가 읽은 시의 느낌 그대로를 지니고 있는 시인이었다.

지난 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의 새 시집이 나왔을 때 얼마나 기뻐했던가.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라니! 그는 이제 하늘을 바라보는 나무에서 우주의 세계로까지 손을 뻗친 것이었다. 나는 기뻤다. 그리고 흔히 사람들이 내 안에 우주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우주 안에 내가 있다라는 표현이 좀 색다르게 여겨져 그 내심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서 나는 시인의 겸손함까지 읽을 수 있었다. 우주 속으로 발을 담근, 시인의 시세계..그리고 생각의 깊이. 그의 새 시집도 반가웠고,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시세계가 보다 더 본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뻗어있음도 반가웠다.

며칠 전, 나는 신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순수한 시를 뿜어내던, 시의 향기를 담뿍 안고 있던 그가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시를 전해줄 수 없는 곳에 가 있다는 것을.. 하늘로 떠나간 그를 생각하며 나도 하늘을 본다. 맑은 하늘.. 여름의 따뜻한 공기로 휘감아진 하늘의 빛깔은 곧, 우주 속으로 한 발자욱 더 옮겨선 시인의 눈웃음. 그것이었다...

시인은 가고, 그의 유작시집같은 시집 한 권만이 내 손에 들려있다. 광활한 우주의 한 끝 속에 발붙이고 숨을 쉬면서도 나는 아직 우주를 알지 못한다. 넓고 넓은 우주는 아직까지 온전히 다 그 의미를 읽어낼 수 없는 그의 시와도 같을지도......

나는 진정 우주 속에서 참'자아'를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나는 나만의 아름다운 시세계를 꾸려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또 다시 내게 남겨진 과제가 될 것이다.

故 이성선 시인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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