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버지니아 울프 -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수사네 쿠렌달 지음, 이상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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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버지니아 울프 / 수사네 쿠렌달 / 어크로스

🪑Adeline Virginia Woolf(1882.1.25.-1941.3.28.)

12월에 펀딩 참여한 책이 새해에 도착했다. 양장 표지에 판형이 크고, 독일 일러스트레이터의 수채 일러스트로 그려진 그래픽노블로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만난다. 작가의 어린 시절 가족 관계부터 시작해 성장하고 작가로서의 성취를 이루어나가는 동안, 주변에 어떤 인물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나갔는지 작가의 생애가 그림과 함께 그려져 있어 절로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어떤 삶을 살아온 작가인지는 세밀하게 모르고 있었다. 그가 겪은 어린 시절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그의 삶과 작품에 어떤 그늘을 드리웠는지,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갔는지 읽으며 부당하고 암울한 현실을 살아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울프의 주변 사람들 중 몇 가지 관계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블룸즈버리 그룹’으로 알려진 젊은 지식인들의 모임, 끝까지 울프의 창작을 응원하고 사랑하며 곁을 지킨 남편 레너드, 인생 후반부 20여 년간 우정과 사랑을 나눈 비타 색빌웨스트와의 관계.

책은 울프의 유년에서부터 출발한다.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하고 재혼한 문학평론가 레슬리 스티븐은 재혼 이후 네 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 중 셋째였던 버지니아 울프는 당시 여성에게 강요된 사회적 역할과 규범에 따라 정식으로 학교를 다닌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독학으로 쌓은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높은 시각으로 남성 지식인 중심이었던 ‘블룸즈버리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면서 지적 자극을 받으며 점차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쌓아나가게 된다.

비타 색빌웨스트와의 관계에 대한 서술을 읽으며 버지니아 울프는 어떤 방식으로 창작을 이어갔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그들 두 사람의 삶과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하면서. 두 사람에게 서로의 존재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계속 궁금했던 레너드의 마음. 아내의 창작과 책 발행을 위해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고, 아내가 아프고 고통스러운 심정을 온통 쏟아내도 끝까지 간병하는 심정은 어떤 마음일까. 그런 레너드를 생각하는 울프의 마음은? 외투 주머니에 돌멩이를 담는 손목은 겨울나무처럼 떨고 있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마음의 갈피를 더듬어본다.

울프가 겪은 고통과 내면을 할퀸 아픔들이 생애 내내 조현병과 불안증으로 이어졌지만, 아픔 속에서도 절절히 써내려간 작품들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음을 생각한다. 그래픽 노블로 다시 한번 독자들의 가슴속에서 되살아난 울프의 삶을 읽으며 책장에서 『자기만의 방』을 꺼내와서 읽는다. 그의 목소리가 새롭게 마음을 울리며 파고든다.

“나는 다른 것은 할 수 없어요. 나는 그냥 써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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