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좀 빌려줘 사계절 1318 문고 136
이필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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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좀빌려줘 #서평단

“지우개 좀 빌려줘.”

흔히 교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고, 저 역시 한 번씩 교탁 근처 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하기도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누구든 학생들이 선뜻 지우개를 빌려줬어요. 그 말을 건네는 사람도 상대가 곧잘 빌려줄 거라는 믿음이 있고, 그 말을 듣는 사람도 부담 없이 상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말. 관계를 열어갈 수 있는 말.

그런데 이 말을 교실이 아닌, 교문 근처에서 듣는다면 약간 당황스럽지 않을까요? 그것도 글을 쓰거나 지우개가 필요한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말이죠. 그리고 그 말을 하는 사람과 아직 낯설고 서먹한 사이라면 더더욱.

이 책에는 ‘지우개 좀 빌려줘’를 포함해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면서 이 책은 부쩍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건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관계에 잇닿아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며 책 속 인물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 자신에게 더 다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지우개 좀 빌려줘」 (표제작)
난생 처음 겪는 짝사랑, 혹등고래를 생각하는 고3 우성이의 이야기

* 「안녕히 오세요」
우주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순서를 거절하는 용기와 여유라니! 반전이 심장을 오소소하게 만들어준 청소년 SF소설

*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
유서를 쓰는 순간은 얼마나 외로울까. 온몸을 눈물 속에 잠근 날, 내 손목을 잡아줄 존재가 있다면!

* 「우는 용」
"시간이 너무 지나면 어느 순간 미안하다는 말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p.104)
범종 위의 작은 용과 대화하는 수완,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슬프고 따뜻한 시간.

* 「호박마차」
“네 외로움은 근래 먹은 것 중에 제일 별미더구나.”(p.147)
도깨비로부터 이런 서늘한 말을 듣는다면?

* 「우주장」
할머니의 시간을 더 넓은 우주로 확장시키고 싶은 마음.
이 책의 맨 마지막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단편.

책을 넘기며 판타지처럼 신비로우면서도 뭔가 모르게 엉뚱하고 귀여운 존재들을 마주할 수 있었답니다. 최근 읽었던 다른 청소년 소설들과 다르게, 뭔가 더 동화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인물들과 스토리가 펼쳐진다고 느꼈어요. 이별과 슬픔, 소소한 고민들이 다루어지지만 SF적 상상력과 판타지가 가미되어 감성적이고 다정한 동화를 읽은 느낌이 들어요.

얼마 전엔 사계절 출판사에서 ‘책이 나온 후에야 처음 만난’ 편집자님과 작가님의 온라인 북토크가 있었는데, 책에서 느낀 이미지 그대로 귀여우신 작가님과 편집자님의 호흡이 밝고 신나서 좋았어요.

사계절 이필원 작가님 온라인 북토크 신청 질문 :)

“지우개 좀 빌려줘.”라는 문장에 대해 돌아보고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길 때 처음 건넬 수 있는 말, 사소하지만 조금씩 관계를 열어갈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에 그 표현이 다정하게 다가왔어요.

작가님께도 “지우개 좀 빌려줘.”라고 말을 건네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요. 과거 어린 시절의 작가님께 그런 대상이 있었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또한 현재의 작가님께 그런 대상은 과거와 어떻게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과거와 현재를 이어 작가님께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이 질문은 인스타그램 친구분들께 드리는 질문으로 빈 칸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뭔가 모르게 이 질문을 쓰면서 마음이 따뜻해졌거든요. 아마도 그건 이 책이 지닌 다정함 덕분이겠죠? 소중하고 따뜻한 관계를 떠올리며 행복한 밤 보내시길 바라요.

* 사계절 교사 북클럽 멤버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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