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선 좀 넘겠습니다 - 오지랖인 거 압니다만
최원석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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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동안 서점원으로, 출판 마케터로 일해온 최초딩 님의 책을 읽었다. 읽고 나니 다시 읽고 싶어져서 두 번 반복해서 읽었다. 주문한 책을 받자마자, 저녁과 아침에 이어 읽고 다시 한 번 재독까지 마무리하다니. 스스로도 왜 이 책이 이렇게 매력 있게 다가왔을까 여러 생각들을 해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친숙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스타그램 유명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는, 평소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가족과 연인 등과의 관계에서 겪은 경험과 일상의 이야기들을 매일 피드로 공유한다. 그런 일상의 크고작은 경험과 생각들을 공유하고 공감하다보니 책을 통해서도 인간적 매력을 담뿍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과 평범한 가운데에서 배어나오는 따뜻함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무척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다시 읽고 싶어져서 여기저기 다시 페이지들을 넘겨보다가 다시 한 번 더 읽어버린 것. 처음 읽을 땐 그냥 편안하게 편지 읽듯 읽었고, 다시 읽으면서는 편지가 담긴 다이어리 쓰듯, 노랑 색연필로 밑줄 긋고 메모하면서 읽었다. 마음에 남는 부분은 오은 시인의 ‘다독임’ 마스킹테이프로, 아이들과 질문으로 나누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은 카페꼼마 마스킹테이프로 톡톡 붙여가며.

김하나 작가님, 오은 시인님, 김민정 시인님 등 글도 좋고 사람도 좋을 것 같은 분들 이야기도 담겨 있어 괜한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즐거웠고,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게 되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까 연상하면서 더 즐기며 읽었다. 아이들에겐 이 책이 과연 어떤 책일까? 편안하면서 친근하게 다가가고, 나도 한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더 많은 글을 쓰고 함께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책에 실린 이야기들 사이로 재미있는 일상의 주제들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든다면 가령 이런 사소하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주제들.

▪️오늘 학교 오는 길에 느낀 감정은?
▪️지금 내 가방 안에 있는 것?
▪️최근에 행복했던 순간?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
▪️내가 어른스러워졌다고 느낀 순간은?
▪️(나이에 관계 없이) 내가 꼰대 같다고 느낀 순간?
▪️누군가에게 하지 못했지만 하고 싶었던 말?
▪️내가 오래 기억하고 있는 단어와 그 이유는?

‘일기 쓰는 것을 싫어하지만 삶을 기록하고 응원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책을 좋아하지 않은 채로 서점 직원이 되었다가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거쳐 출판계에서 일하게 된’ 사람. 이런 변화의 과정들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응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서점원 또는 출판 마케터로 일하면서 행사를 진행하고 정리하는 스태프로서의 경험들과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순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경험들이 뭔가 공감되었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함께 하며 빛나던 언젠가 어느 순간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든 그 사람 고유의 생각과 삶, 경험이 담긴 이야기에 대해 쉽게 판단하거나 단정 짓지 않으면 좋겠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심이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음을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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