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르는 법 - 평생 읽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독서 가이드
메건 데일리 지음, 김여진 옮김 / 유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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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아니지만 사서 경력 9년차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 ‘학교도서관’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부족한 상태였다. 학교마다 한두 칸의 ‘도서실’이 있을 뿐이었고 첫 발령지 학교는 DLS 바코드 처리도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두툼한 장부에 책 제목을 기록해서 보관한 형태여서 한 권 한 권 일일이 모든 장서를 바코드 처리하고 전산에 입력했다. 한국십진분류표를 그 때 처음 익히고(문헌정보학과에 가면 배운다는 한자 가득한 두툼한 책을 보고 놀란 기억이!) 사서의 일이 대단함을 처음 느꼈다.

학교도서관 현대화 사업이 한창 시작되면서 열심히 도서관을 짓고, 신규교사 시절의 5년을 도서관 업무에 몰두했다. 이후 늘 사서선생님이 계시는 큰 학교에 머물다가 4년 전 우리 학교에 오면서부터 다시 사서 없는 학교의 도서관 담당자가 되어 도서관 일만 무려 9년차라니.

학교에는 당연히 학교도서관이 있어야 하고, 학교도서관엔 꼭 사서선생님이 계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부득이하게 사서선생님이 부재하는 작은 학교에서도 독서교육은 이루어져야 하고, 아이들에겐 좋은 책을 접하고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사서선생님의 부재를 온전히 채우진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역할은 하고 싶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도서관 업무는 바쁘고 힘들지만 사실 꽤 즐겁다. 이 정도 상태라면 ‘덕업일치’라 표현해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몇 주간 책을 검색하고, 도서 목록에 책을 담았다 뺐다 고민하면서 진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 편독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의 책, 함께 토론하며 읽으면 좋을 책들을 가려 모으려 애썼다.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적이다. 손길 한 번 받지 않은 채 먼지만 쌓이다가 폐기되는 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손길과 눈길을 가득가득 받을 귀한 책들을 발견해서 담고 싶은 마음으로.

▪️읽는 사람이 되어, 읽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

그런 와중에 만난 이 샛노란 책은 눈 밝은 독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사서 코스프레(?) 중인 국어교사가 눈을 반짝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다. 받자마자 읽고 싶은 마음에 저녁 내내 붙들고 열심히 읽었다.

‘독자 기르는 법’이라니, 그런 비법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어주고라도 얻어오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읽다보니 이게 과연 누가 쓴 글인지 한 번씩 헷갈려서 표지를 다시 보곤 했다. 호주의 사서교사가 쓴 책을 초등교사인 김여진 선생님이 번역했다는 사실을 알고 읽는데도 마치 우리나라 선생님이 쓰신 책인 것처럼 가깝게 와 닿는 말들이 공감되었다.

태어나서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들의 문해력 발달 단계에 따라 어떤 책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챕터마다 주제와 관련해서 찾아읽으면 좋을 책 목록들이 함께 실려 있다. 또한 미디어와 게임 리터러시, 비주얼 리터러시와 전자책, 도서관의 메이커 스페이스화 등 공감하게 되는 내용들도 연결되어 있다.

번역하신 선생님께서 일일이 책을 찾아보고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책을 제외하는 대신,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들 중 추천할 책들을 추가 작업해주셨다. 그 정성으로 이 책엔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좋은 새로운 도서 목록들이 담기게 된 것. 책 목록 작업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기에는 서식에 맞춰 정리한 책 제목 몇 줄에 불과해보여도 그 몇 줄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독서와 검색과 고민이 필요한지 모른다. 읽는 이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진심으로 작업한 목록이라면 더욱 더. (책 목록을 보면 번역이 아니라 거의 새로 집필하신 수준!)

분야별로 고전처럼 소중한 책들부터 한국작가의 귀한 작품들과 최신간까지 정성 가득한 책 제목들 - 좋아하는 책들과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추억이 새록새록한 책들이 반가웠다.

더불어 좋았던 부분은 책 읽는 아이와 대화할 때 건네면 좋을 질문들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읽기. 질문 중엔 자주 건네는 말들도 있었지만, ‘그래, 바로 이런 질문을 하면 좋겠어!’ 싶은 말들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오늘 바로 건네고 싶은 말들, 그 너머 귀 기울여 듣고 싶은 목소리들을 떠올린다. ‘충분히, 영원히, 누구에게나’ 지속 가능한 세계를 일구어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스스로 행복한 독자인 사서교사 저자와 오랜 시간 아이들 곁에서 ‘그림책 덕후’로 살아온 초등교사 번역가의 콜라보레이션. 노랑노랑한 책이 신나게 빠져드는 ‘책 중독자’ 국어교사에게 반갑게 손 내미는 느낌이었다. 책 좋아하는 아이를 기르고 싶은 부모라면, 아이들 곁에서 책을 손에 들고 지내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고 활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 지금 그 손 잡으러 가볼까? 아마 개나리처럼 환한 미소로 반겨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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