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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김수정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자화상과 셀카는 어떤 점에서 비슷할까? 예전에 고흐의 자화상들과 함께 셀카로 자아를 표현하는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이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연결해 청소년기의 자아정체성과 자존에 관한 토론을 했던 시간. 이 책을 읽으며 그 때 그 수업과 아이들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는 강렬한 이미지의 프리다 칼로를 등장시켜 만약 프리다 칼로가 인스타그램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로 현시대 현시점에서의 미술을 이야기한다.
프리다 칼로는 화려한 색감과 인상적인 화풍을 자신의 계정에 수놓으며 수많은 팔로워들의 사랑을 받았을 것 같고, 고흐라면 뭔가 자기만의 어둑한 빛의 세계를 보여주는 계정을 운영했을 것 같은데 막상 본인이 하지 않고 동생이나 친구가 대신 운영해줬을 것 같고, 새벽 하늘과 한밤의 하늘빛 같은 계정 너머로 인디적인 매력을 발산했을 것 같다는 상상을 수놓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가가 현대에 되살아났다고 가정하고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상상해보면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듯!
책에서 추천하는 미술 루틴, 여기에서 우린 어떤 걸 실제 삶에서 행하고 있는지 또는 실천해보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옮겨본다.
✔️SNS에서 예술 관련 채널 구독하기
✔️오늘 나의 기분을 표현한 그림 발견하기
✔️전시회, 예술 도서에 대한 감상을 짧은 글로 기록하기
✔️좋아하는 작품 이미지를 곁에 두기(ex. 엽서, 스마트폰 케이스 등)
✔️관심 있는 전시회 일정 미리 확인하기
✔️한 달에 1회 이상 미술관이나 갤러리 방문하기
✔️전시회를 다녀온 후 마인드맵으로 감상 정리하기
이 루틴들 중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두 번째와 일곱 번째.
오늘의 기분, 오늘의 마음을 표현하는 그림 찾기는 아이들과 교실에서 아침을 열며 해보아도 참 좋을 것 같은 루틴이다. ‘마음 신호등’처럼 한 명씩 오늘의 기분과 마음을 그림으로 이야기 나누면 참 좋을 것 같다. 기분과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눈에 보이는 그림과 색깔로 이를 말하다보면 더욱 선명하게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고 이를 친구들과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을 테니까.
미술관 방문을 좋아하면서도 막상 다녀와서 간단한 소감 정도만 적고 리플렛을 모아두는 정도에 그쳤는데 이를 마인드맵핑해보면 더 오래, 더 소중하게 예술에 대한 마음을 품고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하나의 전시회에서 뻗어나온 가지가 또 다른 전시회나 작품으로 계속 연결되고 이어질 것 같은 상상. 내가 그린 마인드맵과 친구의 마인드맵은 또 어떻게 가지를 뻗어 서로 손을 맞대듯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이 또한 아이들과 함께하면 참 좋을 것 같은 활동, 계속 아이들 이야기를 하게 되는 2월.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한 장씩 넘겨나갔는데, 읽어나가면서 점점 즐겁게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책 속 표현 중에 “감각의 노화와 이해의 성숙”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와 닿아 다시 적어보며 곱씹어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분명 같은 길을 걸어도 나뭇잎의 저마다 다른 색감과 바람의 촉감, 손끝에 느껴지는 질감... 많은 감각이 무뎌져가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느껴지곤 하는 슬픔의 감정이 ‘이해의 성숙’으로 더욱 깊어지고 뜨거워질 수 있다면 이런 나이듦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자그마한 책 한 권이 이사와 새 학기 복직 준비, 아이들 전학과 아이들의 새 학기 준비 등으로 폭풍 바쁜 2월에 “바쁜 상황에서 책 읽기 루틴(!) 만들기”를 즐겁게 도와주었다. 만약 너무 바빠서 마음의 여유가 없지만 책을 통해 마음에 신선한 바람이 통하도록 환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건네고 싶다. 겸손하고 솔직한 생활 속 미술 이야기가 평범한 일상에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할 테니까.
(아트북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