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시공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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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태어난 날부터 죽는 날까지 아주 잠깐 매혹적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결코 가닿지 못할 그 고백들 속에는,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가 가끔씩 돌아오는 현명함으로 어린 손자에게만 열어 보인 특별한 삶의 단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던 어머니와의 거칠지만 애정 어린 유년기의 기억들, 그리고 어머니는 알지 못하는 소년 트레버와 함께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아가는 청소년기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등장한다.

이름도 없이 ‘일곱째’로만 불리던 할머니가 어떻게 스스로에게 “란”이라는 아름다운 꽃 이름을 지어준 뒤 전쟁의 한복판에서 홀로 젖먹이 딸을 키우며 살아남았는지, 반은 백인 아이였던 어머니가 “적과 동침한 반역자이자 창녀”의 딸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자신을 학대했는지, 가족을 대신해 영어를 익히던 가난한 아시아계 소년이 폭력적인 백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지워갔는지, 그런 자신을 비로소 ‘존재’하도록 만든 한 소년과의 만남이 얼마나 강렬하고 아름다웠는지 등 많은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이 하나로 엮이며, 마침내 모두가 감내하는 고난스러운 삶의 의미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아하고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가차 없는 날것 그대로의 솔직함이 공존하는, 그리하여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조용히 찬사를 보내게 되는 작품이다.

이 책의 글은 서정적이며 아름답고 시적이었다.

첫사랑의 애틋한 감정과 예고 없이 찾아오는 상실까지....

가슴 먹먹한 이야기들의 연속에 책을 덮고도 한참동안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계기가 되었다.


📖책속으로 :

우리가 잠시 나란히 서서 일하고 식물들이 제 앞으로 흐릿한 녹색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동안, 우리의 팔은 서로를 스쳤고 제게 머물던 그 애의 시선은 제가 알아차리면 휙 하고 멀어졌어요.

저는 보여졌어요. 그 누구에게도 좀처럼 보이지 않던 제가요


진실은 기억은 우리를 잊은 적이 없다는 거죠.

넘어가는 한 장의 페이지는 짝 없이 펼쳐 드는 날개라서 날아오르지는 않죠. 그런데도 우리는 이동했어요

#문학 #지상에서우리는잠시매혹적이다 #소설 #추천책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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