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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개선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6월
평점 :
먼저 작가님 소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리미 도미히코 작가는 농학연구과에서 대나무를 연구한 이력도 있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소설을 쓴 경험도 있다. 굵직굵직한 상을 수상한 이후에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유정천 가족>은 우리 나라 독자들 중에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교토의 천재 작가’라고 불린다는 소개글을 읽고 이 작품을 읽고 싶어 서평단 도서로 신청한 이유도 있다. 2024년에 일본에서 출간한 이 책, <셜록 홈즈의 개선>으로 제47회 일본셜록홈즈대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런던을 배경으로 한 셜록 홈즈의 이야기가 아닌 교토 데라마치 거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새롭다. 셜록 홈즈를 좋아한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나는 아예 다른 느낌을 받았다. 화자와 공간이 달라지니 이미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렇게 비틀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하지만 추리 기법이나 추리의 묘미를 생각하기에는 약간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셜록 홈즈의 개선>에서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슬럼프’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전혀 슬럼프를 겪지 않았을 것 같은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대상이 끙끙대고 있다니, 어쩐지 짠하기도 하고 화려함 뒤에 감춰진 아픔과 상처가 느껴진다.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내용을 전해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어쩌면 그동안 타인을 보면서 보고 싶은 면만 바라보지 않았나 되돌아 보게 된다.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지,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도 남모를 고통이 어마어마하다는 어쩌면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또한 ‘재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번뜩이는 창의력이나 기발함이 타고나야 하는지, 아니면 그 재능이라는 게 사라졌을 때 어떤 감정이 들지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겪는 창작의 고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없이 자신의 재능을 부정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움츠려들 때, 그 위치까지 온 것만도 재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악의적이라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분위기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쩌면 강하고 표독스러운 등장인물을 많이 봐왔는데, 오랜만에 다소 착한 등장인물들의 연민, 서로를 보듬는 노력 등의 자세를 보며 이런 분위기도 책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생각의 전환과 슬럼프, 재능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처음에 기대한 바와는 다르지만 좋았던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