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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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하게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스터리 분야에서 여러 상을 받아 인정받은 박성신 작가의 <로라미용실>이다. 윌라와 북오션에서 선공개 당시 1위를 기록했다기에 기대감이 컸다.

제목만 보고 단순히 머리를 단정히 하거나 예쁘게 치장하기 위해 들르는 미용실을 생각하면 안 된다. 이 특이한 미용실에서 오가는 대화에 집중해야만 한다.

교제 살인. 무거운 주제이다. 하지만 낯설다고 할 수만은 없는 이야기가 된 것 같다. 며칠 전에도 뉴스에서 헤어지자는 연인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별이 힘든 건 알지만 누군가를 죽일 정도의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에 뭐라고 함부로 말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런 일이 점점 빈번하게 일어나는 건 막고 싶을 뿐이다.

어릴 적 엄마가 교제 살인을 당한 주인공 찬서는 커서 경찰이 된다. 복수를 꿈꾸던 찬서는 로라미용실을 운영하게 되고 여기는 탐정사무실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다가 처절하게 당한 경험담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다.

노란색 띠에 보이는 강력한 구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교제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필력이 좋은 작가답게 흡입력이 있다. 너무 사실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계속되기에 막힘없이 잘 읽히다 보니 약간은 힘들었다. 가독성이 좋은 글인데도 소재가 소재인지라 너무 자세하게 묘사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멈칫하다가 표지 디자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느껴지는 미용실의 모습이 꽤나 다른 것만 같다.

그중에서 조금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남긴다. 어떤 구절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따라 하고 싶었다기 보다 내용이 너무나 사실적이라 옮겨 본다.

66쪽
스스로를 쓰레기보다 못 하게 생각하던 애가 갑자기 왜 이럴까? 임여진은 가족이 없었다. 가스라이팅하기 더 쉬운 상대라는 뜻이었다. 가스라이팅의 첫 단계는 관계 형성이다. 기억 왜곡, 심리적 고립, 무시, 관심을 적절히 섞는다. 도진수는 배운 건 없어도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잘 돌아갔다. 사람을 속이는 건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쉬웠다. 가스라이팅의 가장 기본은 가족, 친구를 떼어내는 것이다. 특히 여진처럼 가족이 없는 여자들. 도진수는 여진을 우울증에 걸리게 하고 조금의 관심을 주면서 자신에게 매달리게 했다. 특히 고립된 사람은 식은 죽 먹기다. 그래서 일부러 가족이 없는 사람을 골랐다. 도진수는 여진의 친구 관계를 모조리 끊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던 친구들도 사라졌다. 여진은 도진의 손아귀 안이었다.

소름 끼치는 대목이다. 가스라이팅을 하기에 손쉬운 상대를 찾아 나선다니, 이런 식으로 생각한 뒤 손아귀에 잡힌 누군가를 목표로 삼아 움직일 사람들을 생각하니 우울하고 잔인하다. 솔직히 읽으며 상당히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불편한 이야기일수록 피하기보다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논의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데이트 폭력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되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형태로든 로라미용실과 같은 물리적인 공간이나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찬서에게 이야기하며 같이 복수를 꿈꾸거나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나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당연히 데이트 폭력과 교제 살인은 없어져야 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증정 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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