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 <I의 비극>이다.요네자와 호노부는 2021년에 <흑뢰성>으로 여러 상을 휩쓸고 그 해 연말 미스터리 랭킹 4관왕을 달성했다. 현재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가 그가 사회파 미스터리를 썼다. “그 마을은 이미 죽었어.”라는 강렬한 한 줄이 호기심을 자아냈다. 지방의 소멸과 고령화, 청년이동,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소재가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 나라에서도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추리소설 9관왕에 빛나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이기에 믿고 읽을 수 있지만 이러한 소재로 글을 썼다는데 다시 놀라웠다. 작가는 일부러 이 소재를 골랐다고 말했는데 뛰어난 작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 아닌가 싶다. 나같은 경우 이런 문제를 솔직히 깊게 생각하지 않은채 외면하고 싶었는데 책을 읽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도 자꾸 생각하고 불편해하며 관심을 가지는 일부터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미스터리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잔인한 살인 사건이나 얽힌 실타래를 풀듯 범인이 누구인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일상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한 책이 더 현실과 맞닿아있어서 누구에겐 그 어떤 범죄보다 더 공포스러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구절을 남긴다.237쪽“그것도 하나의 사고방식이겠지. 하지만 유일한 건 아니야. 사람은 어디에 살아도 좋고, 무엇을 행복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어디서 어떤 식으로 살아도 좋아. 살아도 좋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증하는 게 내 일이다. 나는 지방공무원을 인생을 걸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착취를 정당화할 셈이야? 형이 뭐라고 해도 난하카마 시에 사는 것에 고유한 가치 따윈 없어. 그런 건 합병할 때, 아니 그보다 전에 모조리 사라져버렸어. 지금은 어디에나 있는 시골 마을이야. 사람들은 거기가 무슨 현인지도 몰라. 일본 중 어디에 살아도 큰 차이가 없다면 도시에 살면서 유지 비용을 절약하지 않는 건 감상에 빠져 비합리적인 거 아닌가?”동생과 형의 대화를 읽고 한참 생각했다. 어느 쪽에 조금 더 공감이 가는지,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빨리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힘이 빠진다. 그래도 계속 논의되어야 하며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가야만 한다. 당연히 이 책과 저자 요네자와 호노부가 대단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편집자 경험을 거친 후 1인 출판사를 차려 <I의 비극>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려고 고군분투한 출판사 '내친구의 서재'의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끈질긴 노력으로 좋은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에도 같은 출판사에서 기획되는 도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증정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