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선생님 생각학교 클클문고
소향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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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선생님>은 얼마 전까지 칠판 앞에 서 있었던 선생님이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연스레 교사들의 죽음이 떠오른다. 나도 매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솔직히 남일 같지 않다. 

소향, 신조하, 윤자영, 정명섭 작가가 각각 <알맞은 진실>, <아무도 듣지 않는 비밀에 대하여>, <교문의 근조 화환>, <모두의 거짓말>을 썼다. 이름만 들어도 글을 정말 잘 쓴다는 작가들의 글이기에 하나씩 읽었다. 모두가 다 좋았고 가슴 아팠지만 마지막에 담긴 글에 대한 서평을 쓰려고 한다.

정명섭 작가의 글은 명성 그대로다. 정말 잘 읽힌다. 사건의 흐름이나 입말이 실감이나 책장이 저절로 넘겨진다. 이전에도 정명섭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지만 얼마 전에 북토크(강연)을 참석해서 그런지 그 생생한 말이 떠올라 더 잘 읽히는 듯했다.

이번 작품 <모두의 거짓말> 선생님의 자살, 쇼츠, 아이들의 반응에 관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졌다. 슬픈 내용이지만 읽는 동안 긴장감 있게 진행되는 전개로 슬픈 마음보다는 학생들의 생생한 반응에 활력이 넘쳤던 것 같다. 특히 모두가 진실을 털어놓지 않는 상황을 일본 영화 <라쇼몽>을 빗대어 이야기한 부분이 좋았다. 은근히 비유를 하면서도 영화를 모르는 학생들은 나중에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감상했던 영화가 떠올라 영화를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며 너무나 생생한 표현력에 필사를 하고 싶어졌다. 아주 조금만 여기에 옮겨 본다.

208-210쪽
“각자에게는 사정이라는 게 있어. 그래서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거지.”
강범준의 얘기를 들은 권예서가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러면서 왜 우리들에게는 정의롭게 살라고 가르치는 거죠?”
…….
“어, 유서가 나오면 대박일 거 같은데 말이야.”
….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해야지. 너무 늦어지면 이슈에서 멀어질 거야. 그나저나 섬네일 좀 고민해봐. 고급스러우면서도 눈에 확 띄게.”
“싸고 맛있으면서 건강도 챙기는 음식 같네. 그런 건 없는데 말이야.”
“잘못하면 우리도 선생님의 죽음을 팔아먹는다고 욕먹을 수 있잖아.”
……
“다 계산기 두드리고 있을 거야.”
“환장할 일이야. 사람이 죽었는데 죄다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마지막은 아이들이 머리를 짜내 만은 섬네일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사정이라는 감옥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진실을 가둔다’라는 시사고발 프로그램과 같은 문구가 있다. 독자로서 마지막 장을 읽으며 더 내용을 알고 싶어지게 되어 다시금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자살을 했는데 그 유서를 찾는데 혈안이 된 아이들, 쇼츠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마음만 앞선 모습에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자들이 이 책 속의 아이들 뿐이랴. 저마다 자신의 목적에만 이끌려 과정이나 다른 이들의 아픔은 생각하지 않고 달려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예의도 감정도 없는 세계로 가는 것만 같다. 조회수, 인기, 돈.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지만 왜 그러한 쪽으로만 더 빨리 향하고 있는 현실일까?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지 씁쓸하기만 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바라본 책표지 속 선생님이 슬퍼 보인다. 분명 표지 디자인도 산뜻하고 평화로워 보일 수도 있는데 저 선생님은 얼마나 힘들지, 혼자서 아파했을지 여러 생각을 해본다.


출판사에서 책을 증정 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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