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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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처음부터 약간 어려운 내용(정신 분석 등)이 나와서 분량이 꽤 되는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1장 끝에 나온 문구에 마음을 놓이게 되었다. 이 책은 반복적이고 열정적이며 필연적인 자기 성찰로의 초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이 침대에서 머물며 내면으로 더 깊이 여행을 떠나고 꿈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용기를 내 한 장, 한 장 읽을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꿈을 다룬 부분이 정말 많았지만 세 군데만 꼽아 본다.

3장 <꿈의 해석>에서 ‘작별하는 꿈’에 대한 내용이 실렸는데 그중 한 남자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어릴 때 살인자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남자는 밝고 외형적인 청소년으로 자라 결혼 후에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한 듯 살아왔지만 마흔 살쯤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우울증과 탈모를 겪게 되었다. 심리치료를 시작한 후 치료사와 같이 아버지의 무덤 앞에 서 있는 꿈을 꾸게 되는데, 무덤은 커다란 석조 금고였다. 꿈속에서 치료사가 무덤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격려했고 안에서 해골과 마주했다. 죽음, 평온 속 진정한 죽음을 뜻한다고 한다. 그 꿈으로 인해 남자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데 사건이나 금고 같은 소재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어서 집중해서 읽었다.

10장 <기억의 반향>에서 ‘학습과 수면의 인과관계를 확립하다’라는 소제목 아래 수면 중에 기억 강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신경 활동의 반복적인 패턴으로 추론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수면 중에 냄새를 이용하여 기억을 재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이 가설을 실험했다고 한다. 이 부분이 인상 깊어서 인용을 해본다.

272쪽
기억을 환기하는 냄새의 능력, 특정 냄새와 특정 추억의 강력한 상관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살다 보면 때때로 어떤 냄새를 맡자마자 먼 과거의 한 사건이 떠오르면서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 마련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사실을 이용하여 실험하기로 했고,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장미향에 노출된 상태로 그림 카드의 위치를 외우는 전형적인 기억력 게임을 했다. 뒤이은 수면 단계에서 그들에게 다시 장미 향을 맡게 함으로써 다중 감각적 연상으로 기억을 재활성화하여 카드의 위치를 부지불식간에 ‘떠올리게 했다.

12장 <창조를 위한 수면>의 ‘유레카의 순간 포착하기’에서는 수면 중 새로운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올랐을 때 순식간에 지나가는 현상을 어떻게 포착하고 측정할지에 대한 실험을 다뤘다. 독일의 신경과학자 얀 본과 울리히 바그너, 스테판 가이스는 인간의 수면과 통찰력의 관계를 정량화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문제의 답이 앞에서 읽어도, 뒤에서 읽어도 똑같은 연속 기호로 암호화된 심리 검사를 이용했고 참가자들은 사전에 주문을 받지 않았는데도 순서를 통째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검사 후 잠을 잔 참가자들은 둘째 날 재검사를 받았을 때 60퍼센트가 숨겨진 정보를 인식했지만 잠을 자지 않은 참가자들은 20퍼센트만이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수면의 어느 단계가 창조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지, 특정 유형의 수면이 특정 유형의 창조성에 더 유익할 수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책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의 꿈과 꿈의 해석, 수면, 정신 분석, 유전자 등을 총망라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이야기부터 세계사를 밀도 있게 다뤄 역사책을 읽는 기분도 들게 하고, 과학 지식이나 연구 결과가 많아서 논문을 대중을 위해 조금 쉽게 풀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에 담긴 내용이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 엉뚱한 꿈을 많이 꾸지만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특별히 하지 않았는데 저자의 말대로 꿈 일기를 쓰면서 앞으로 꿀 꿈에 대해, 내가 바라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싶어졌다. 가끔 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길 때 펼쳐보고 싶을 것 같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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