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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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보이는 ‘확률’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큰 역할을 할 줄 몰랐다. 풋풋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양자역학을 접목시킨 책 <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을 읽었다.

저자 요시쓰키 세이는 ‘베어히메’라는 필명으로 소설 투고 사이트에 글을 올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 후로 본격적인 작가의 행보를 거치며 우주와 산명학(별자리나 주역을 통해 운수를 점치는 학문)에 관한 취미를 살려 여러 작품을 선보였다.


<간략 줄거리>

미쓰야 구온은 열 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외할머니가 남긴 집에서 홀로 살게 된다. 고등학교에서 어느 날 이노리라는 여자아이가 구온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어쩌다 이노리가 속한 우주부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다. 우주부 동아리원들과도 친해지고 구온과 이노리는 서로 좋아하게 되지만 갑자기 구온이 사라진다. (이후부터는 스포일러라서 지금 밝히지 않겠다.)

미스터리에 로맨스 과학까지 잘 조화를 이룬 이 책은 가독성이 좋고 번역도 깔끔하다.


좋았던 구절을 조금 남겨 본다.

146-147쪽

“늘 무와 유 사이를 오가고 있지. 거시세계에서는 진공 상태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시세계에서는 진공 상태에서도 늘 전자와 양자 같은 소립자가 쌍으로 태어나 결합과 소멸을 되풀이하거든.”
전에 이노리와 우주의 시초에 대해 이야기했던 일이 생각났다.
“터널 효과로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 다른 세계의 물질이 나타난 게 우주의 시초 아니겠느냐고 전에 이노리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그건 틀린 건가요?”
“글쎄, 명확한 답은 아직 모르지만 터널 효과가 우주의 시초와 관련 있다는 이론은 실제로도 존재해. 아까 말했듯이 무와 유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라지는 소립자가 어느 순간 장벽을 넘어서 급격하게 팽창해 인플레이션과 빅뱅이라는 우주의 시초로 이어졌다는 가설이지. 즉, 터널 효과야.’
이노리가 말했던 로맨틱한 가설은 아무래도 현대 우주론의 견해와 조금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이노리가 들으면 실망하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또다시 절망이 몰려왔다.
기력을 잃고 고개를 떨구는 나를 보고 시도 선생님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점이 내가 양자역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란다.”
“……그 점이라니요?” 나는 납덩이처럼 무거운 머리를 간신히 들며 되뇌었다.
“완전한 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도, 세계도, 나도, 너도, 완전한 무로 돌아가지는 않아. 즉, 바꾸어 말하면 다들 가능성을 숨기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 계기만 있으면 누구나 한없이 뻗어 나갈 수 있어. 이 우주처럼 말이야.”


알쏭달쏭 양자역학 이야기지만 분위기가 설레고 아름답다. 또 긴장하게 하는 미스터리 요소도 있어서 다음 장을 넘기고 싶어진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거고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 듯하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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