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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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도서관에서 <예술하는 습관>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그림을 감상한 뒤 짤막한 글을 써 보았다. 진행자 선생님께서 정성스레 준비한 그림을 보며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약 15분 정도 글을 쓴 후 돌아가며 자신이 쓴 글을 읽어보는 자리였다. 드디어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이며 어떤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지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그림을 좋아했었지, 잊고 있었는데 그림을 원없이 보느라 그야말로 행복했다.

그 마음을 꺼뜨리고 싶지 않아 후속 모임에도 참여해 그림을 보며 잠시나마 생각해 본 뒤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 보았다. 엉뚱하고 유치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고 아주 가끔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해지기도 했다.

몽실북클럽에서 서평단 책을 신청하며 바로 마음에 드는 책이라 고를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책을 받았다.
도슨트 한이준의 <홀리데이 인 뮤지엄>

목차를 보니 더 마음에 들었다. 국내 작가와 외국 작가를 공평하게 다섯 명씩 소개했다. 아는 작가와 작품도 있었고 처음 접하는 정보도 있었다. 그림을 본 적이 있지만 작품이 탄생한 생생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작가는 박수근이다.
여러 작품이 좋았지만 특히 <나무와 두 여인>에서 멈춰서게 된다. 처음엔 전체적인 인상을 슥 보고 나서 투박한 질감이 너무 좋아 약간 과장하면 넋을 잃고 바라본 것 같다. 정신을 차린 후에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었다. 쉬엄쉬엄 읽어서 더 감동이 크다.

36쪽

곧게 뻗은 나무와 두 여인이 보이는데요. 머리에 짐을 이고 걸어가는 아주머니와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 그리고 이들 사이에 듬직한 나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를 다시 보니 잎이 다 떨어져 쓸쓸해 보이는데요.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고 참담했던 현실, 추운 겨울을 견디던 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 직후 닥친 가혹한 현실과 씨름하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죠. 그럼에도 마음만은 넉넉하던 그 시절의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나무의 모습이 이들의 모습과도 같았던 것이죠,
<나무와 두 여인>에 묘사된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닌 잠깐 잎이 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즉 나목인데요. 비록 추운 겨울이지만 머지 않아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듯합니다. 굳건히 자리를 지킨 나목은 돌아오는 봄, 훨씬 단단하고 늠름한 나무가 되어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온다.’라는 희망을 나목에 심어둔 박수근입니다.


이번에 처음 이름을 접한 ‘이쾌대’의 삶과 작품도 흥미로웠다.

47쪽

이쾌대는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작품 <정물>로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합니다. <정물>은 수채 물감을 사용하며 화사한 색채와 정교한 구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죠. 하지만 조선미술전람회는 근대적 전람회라는 의의가 있는 동시에 조선총독부가 개최하여 문화식민주의의 대표 수단이라는 양면성을 지니는데요. 식민통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술계 신인 등용의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타고난 그림 실력으로 일찌감치 화단에 이름을 올려 성공의 길로 들어섭니다.

작가와 작품 외에도 미술관 열 군데도 자세히 소개해서 알찬 정보가 실렸다. 몇 군데는 이미 방문한 적이 있지만 안 가본 곳도 가서 그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증정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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