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웹소설을 말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이융희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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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다. 웹소설에 대해 낱낱이 알려주는 책이다.

이융희 작가는 작가로 데뷔한 지 17년이 지났고 그동안 일곱 종의 소설을 썼으며 출간 즈음에 여덟 번째 소설을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글을 쓰는 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쉬지 않고 작품을 연재했다고 말하는 작가의 성실함과 꾸준함에 신뢰가 갔다. 스스로 인기 없는 작가가 웹소설 강사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경험을 책 여는 글에서 서술했는데, 어느 웹소설 작성 노하우보다 이 글이 더 진솔하고 자세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나는 웹 소설 작가가 되는 데는 사실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웹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목차에서 웹소설의 정의와 어떻게 웹소설을 가르치는지, 웹소설 고전은 왜 읽어야 하는지, 웹소설 교육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세부제목도 자세히 달려 있어서 필요한 정보를 먼저 읽을 수 있을만한 친절한 책이었다.

맨 앞 부분의 웹소설의 정의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존재와 위치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이 와닿았다.

18쪽

하지만 저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문화연구자이자 대학 강사이자 장르문학 작가이고 웹소설 작가인 동시에 웹소설 비평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본캐가 없다 보니 모든 부분에서 '서브'적인 존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서브컬처에 탐닉하는 것도 그러나 까닭일지 모릅니다. 과거 서브컬처는 메인스트림의 문화를 전복하기 위한 젊은이들의 문화를 총칭했습니다. 그들은 거리에서 인전 투쟁에 골몰하였고, 그들의 문화가 자신들을 증명할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은 서브컬처가 문화의 중심이 되었지요.

재미있는 건 서브컬처가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해서 서브에서 벗어나 메인이 되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였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기존 출판시장의 만화나 게임, 또는 웹소설에서 종종 사용하는 '데스게임'이라는 장르의 스토리 법칙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서브컬처 콘텐츠죠. 이 장르가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이 콘텐츠를 메인스트림에 있는 우수한 콘텐츠, 또는 고급 콘텐츠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K-드라마, 장르 드라마 등의 이름을 끝까지 유지하지요.

그러면서 이와 같은 흐름이 웹소설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학계에서도 웹소설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지속되고 있지만 문학이지만 예술성이 없다고 폄하한다고 한다. 서브컬처라는 이름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대중을 어리석게 여기고, 계도하고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근대의 산물이 문화에 메인과 서브라는 계층 구분을 만들어서 그렇게 구분 지은 순간부터 서브는 아무리 인기를 얻어도 '서브 주제에 잘했다'라는 평가 이상을 받기 힘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웹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특히 학자들은 자기네가 정통이라 우기고 그 테두리 밖의 모든 것들은 싸잡아서 하대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유롭다고 흔히 여겨지는 예술 분야에서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분야에서는 얼마나 심할지 안 봐도 뻔하다.

책의 중간중간 비평에 대해 자세히 다루는 구절과 고전 웹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등도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닫는 글'이 심금을 울린다.

238쪽

이 책은 웹소설에 대한 작법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웹소설에 대한 학술 이론서도 아닙니다.

…..

그런데 어느 날, 웹소설 큐레이션 책을 두고 한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인기 작가도 아닌 사람이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느냐고요. 댓글 창은 불타올랐습니다. 비평적 가치와 큐레이션의 목적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무슨 작법을 운운하느냐고요. 비평할 지위나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그때 논쟁을 처음 만들어낸 당사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어차피 아마추어 창작자들은 이런 책이 나오면 웹소설을 잘 쓰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읽을 것인데, 어려운 이야기나 늘어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요.

작가 스스로 웹소설이라는 어둠에서 길을 잃고 헤맬 자신을 위해,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이 유익한 이정표로 남길 진심으로 바란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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