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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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SF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천 개의 파랑>이 생각난다.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이 내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읽은 배명훈 작가의 <미래과거시제>로 SF 소설에 더욱 관심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묘미가 색다르면서도 재미있다는 인상이 컸다.

7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 <미래과거시제>에 배명훈 작가는 여러 가지 단편을 담았다. 예전의 나라면 처음부터 순서대로 단편을 읽었을테지만 이번엔 책의 제목과 같은 '미래과거시제'를 먼저 읽었다.

은경이라는 주인공이 겪은 미래에서 온 시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은경이 우연히 대학의 외진 계단을 걷다가 마주친 한 남자를 차차 알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과 그 남자와 나눈 대화가 주를 이룬다. 대화 속에서 ‘았/었’ 대신 ‘암/엄’이라는 시제를 사용하는 튀르키계어 시제 연구와 연결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신선해서 더욱 주의깊게 읽었다. 언어를 해석하면서 얽혀있는 서사에 시간이 지니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다.

한 편의 단편을 다 읽고 나면 작가 노트가 짤막하게 첨부되어 있어 왜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 배경과 더욱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만약 작가 노트가 없었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이야기도 있었을텐데 덕분에 조금 더 명확하게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어서 더욱 몰입해서 읽었다. 글의 재미를 위해 작가 노트를 미리 읽지 않고 단편을 다 읽은 후에 작가 노트를 읽길 추천한다. 가끔 참기 힘들기도 한데 짧은 이야기를 읽는 동안만이라도 독자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하며 읽는 재미가 있고, 나만의 해석과 작가의 의도가 꼭 같을 필요는 없지 않나?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데 소설을 읽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재미를 찾기 위해 책을 찾아 다니는 듯하다.

오늘 내가 찾아다닌 책이 꽤나 신선하고 책에서 언어를 더욱 폭넓게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받아 만족스럽다. 앞으로 누군가 내게 한국 작가의 SF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배명훈 작가의 <미래과거시제>를 기꺼이 건네고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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